윤리가 법문자보다 강한 한국


  009                                                                             홍병식 박사

        수년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Newport Beach에 살던 한 여인이 자기의 아기를 길에 눕혀놓고 자동차로 그 아기를 일부러 치어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많은 세금을 쓰면서 수개월 동안 재판을 했습니다. 결국 배심원은 그녀에게 무죄를 평결했습니다. “일시적인 정신질환” 이 그 무죄판결의 이유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법정사건이 미국 시민과 세계의 많은 사람사이에서 왈가왈부의 대화거리가 되었습니다. 남편의 행위를 의심하고 혐오하는 정도가 심해진 부인이 과도로 남편의 성기를 절단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때에도 배심원은 그녀에게 무죄의 평결을 내렸습니다. 미국의 사법제도에 불가사이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미국시민의 80%가 유죄라고 생각했던 O.J. Simpson도 무죄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사건의 재판을 위하여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소요되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미국의 사법제도에 의구심을 품은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10여년 전에 미국의 서북부에 있었던 일입니다. 모터싸이클을 타고 가던 청년이 머리에 헬멧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경찰로부터 딱지를 받았습니다. 법정에서 그 청년은 자기가 헬멧을 착용하고 모터싸이클을 타야 한다는 교통법규를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그 청년의 변론인즉 자기는 헬멧을 다리에 착용을 했다는 것입니다. 법조문에는 헬멧을 착용하라고만 명시되어있지 신체의 어느 부분에 착용을 하라는 문구는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그는 무죄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Reagan대통령을 저격했던 John Hinckley도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기는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에게 총을 쏘아 대통령에게 부상을 입히고 그의 공보비서관 James Brady를 불구자로 만든 그도 “일시적인 정신질환”이라는 편리한 변론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던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법조문이 윤리보다 강한 나라인 것이 확실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사는 동안 보고 느낀 사법제도는 윤리가 법조문보다 강하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부인을 구타한 남편을 걸어 이혼소송을 내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어떤 판사는 구타를 당한 부인에게 승소 아닌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혼을 원했던 부인에게 이혼을 허락한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위자료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판결도 같이 내려졌습니다. 그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게 된 동기는 그의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불손 및 학대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모시고 있는 시어머니를 학대한 며느리는 한푼의 위자료도 받을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그 판사가 오판을 했다는 의견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1960년대의 일로 기억합니다. 한 남자가 간통을 한 자기 아내의 코를 면도 날로 잘라버린 잔인한 짓을 했다고 해서 체포되어 재판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재판을 한 판사는 그 사람의 행위는 잔인했지만 그 동기는 이해할 만하다고 해서 무죄인가 집행유해로 그를 풀어주웠습니다. 그 판결은 당시에 인기가 있는 판결이었습니다. 만일에 이상과 같은 판결이 미국에서 나왔더라면 그 판사의 집에는 돌이나 계란이 날라왔을 것입니다. 

        또 제가 한국에서 사는 동안 재미있는 재판사건을 읽었습니다. 간통을 한 남편을 부인이 고소하였고 이혼소송도 동시에 냈습니다. 그 남편은 유죄판결을 받고 약 11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그가 형기를 마쳤을 때 그의 아내는 이혼소송을 취하했습니다. 바람을 핀 남편에게 감옥살이를 시켜서 어느 정도 마음이 후련해졌던 모양이지오. 형을 마치고 나온 남편이 이번에는 이혼소송을 냈습니다. 남편이 이혼소송을 낸 사건을 담당한 판사는 그 이혼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가정의 파탄의 원인이 되는 죄를 지은 당사자는 이혼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는 판결이었습니다. 별로 크게 보도되지 않았던 이 판결은 가정에 불성실한 바람쟁이 남편들에게 경종이 되었을 것입니다. 분명히 이 판결도 윤리가 법조문보다 강한 한국의 일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정가에서나 사회 각층에서 간통죄를 없애야 한다는 제안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소위 선진국들이 간통죄를 철폐했거나 제정을 안 했다고 해서 한국도 간통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물질적인 면에서 발전을 했지만 윤리나 도덕적인 면에서는 날로 퇴폐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하겠습니다. 간통죄를 없앤다면 윤리를 법조문보다 강조하는 한국에서 한국적인 미덕의 방패가 또 하나 상실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봅시다

  엄마한테 얻어맞는 건장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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