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고천석 형제
서울 영동 스테이크 영동 와드

"대관장님, 당신은 이 나라 백성들이 경제적으로 헐벗고 굶주리고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으로도 암울할 때 몸소 우리를 찾아 격려하시며 가르치시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이 절망의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상상 조차 할 수 없을 때 당신은 복음대로 살고 당신의 권고에 따라 생활하면 음식이 넉넉 하고 자녀들의 옷이 따뜻해지고 국민들이 안정 속에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예언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당신의 예언이 성 취되어 나가는 과정에 참여했던 증인들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당신께 보고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당신의 권고와 축복과 예언의 말씀을 듣기 위해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함께 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서희철 형제(영동 스테이크장)는 집회 시작 5분 전 대관장 일행이 단 상에 올라 지정된 좌석에 앉자마자 헝클리 대관장께서 염원했던 축복이 성취되고 있음을 상기하고 또 다른 축복을 갈망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는 것을 예언자께 보고했다.

예정된 시작 시간인 7시 30분에 사회자의 개회 선언 후 300여 명의 합창 단원들의 합창이 어우러져 개회 찬송으로 불리워진 '기뻐하라. 너희 주는 왕이시라"는 찬송 소리가 올림픽 공원 역도 경기장에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대회 시작 서너 시간 전부터 충청, 서울, 인천 등에서 전세 버스와 승용차 및 대중 교 통을 이용해 주님의 예언자의 딸씀을 듣고 자 갈망하는 회원과 구도자들이 몸려들기 시작하였다.

대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자리잡은 합창석에서는 준비 찬송 소리가 스텐드를 거의 메운 성도들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벌집망처럼 짜여진 천정의 형광 불빛은 실내를 훤히 밝히고 있었다. 올림픽 개최국을 상징하듯 좌우측 벽에는 오륜 마크가, 단상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어 관객들에겐 한국인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열린 창문 사이로 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람 에도 청중들이 내뿜는 몸의 열기가 식혀지지 않았는지 종이 부채질이 듬성듬성 팔랑이고 있었다. 모임 시작 10분 전 힝클리 대관장 내외분과 함께 총관리 역원이 뒤따라 무대 뒷문에 들어서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일에 예언자 주신 하나님'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예 언자의 등단을 청중들에게 알리는 신호요, 예 언자를 정중하게 맞으려는 환영의 인사였다. 단상 양 옆으로는 7개의 백색 꽃 장식들이 조 명등에 화사한 빛을 발하며 방실방실 대관장 내외분을 반기고 있었다.

실내 양쪽 8개의 스피커에서 장엄하게 울려퍼진 소리는 성도들의 마음속 깊숙히 또는 넓은 실내 공간 구석구석을 채우고도 남았다. 갈릴리 바다 조그마한 돌맹이에서 구세주 의 발자취와 체취를 느꼈다는 킴볼 대관장 의 옛추억을 상기시켰던 소렌슨 장로에 이어 소렌슨 자매, 워스린 자매, 워스린 장로 그리고 행클리 자매가 말씀을 하였다.

리드미컬한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부른 합창단의 찬송 소리에 실내 분위기는 고조되었고 무대 가까이에 자리한 농아 회원들, 그 들의 통역을 맡은 형제, 자매는 단상 앞 계단에 걸터앉아 입을 크게 벌려 원을 그려 가며 연사들의 딸을 반복하며 기교섞인 수화로 통역을 하고 있었다.

헝클리 대관장이 마지막 연사로 등단하였 다. 그는 "36년 전부터 한국을 방문하여 왔 습니다. 당시 한국은 지금과 같은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5.16 군사 반란이 일어나던 때 저는 반도 호텔에 머물면서 총성을 들었습니다. 당시 교회는 보잘 것 없는 강당을 빌어 청소년 학생과 몇몇 성인들을 위한 집회를 가졌습니다. 모임중에 난로 연통이 무너지기도 하였으며, 1975년에 있었던 한국 대회에서 킴볼 대관장님이 '한국 성도들을 위해 어떤 말을 해야 하느냐' 고 물어 보셨을 때 '고통을 당한 그들에게 하늘의 창문을 열고 축복을 듬뿜 부어 주십시오'라고 간청하였습 니다."라며 지난 수십 년 한국 성도들의 신앙 생활을 돌이켜 주셨다.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 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자의 이름다운 덕'(베드로전서 2:9)을 기억해야 한다고 맣씀하시며 "킴볼 대관장께서 내린 축복을 다시 반복하실 것을 간구합니다. 충실한 자에 게 식탁을 풍성하게 할 쌀이 가득하고, 폭풍우를 피할 수 있는 거처를 주시며, 충돌없는 적으로부터 불안한 마음없이 편안한 잠을 이루도록 축복합니다. 이 헝클리 형제가 소 망하는, 예수는 그리스도요 구세주라는 간증 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이 땅의 성도 들에게 권고했다.

횡클리 대관장님은 그의 특유한 어조로 애절한 마음을 담아 말씀을 전하였으며, 예 정대로 정각 9시에 모임이 끝났다.

대회의 공식적인 순서가 끝난 뒤에도 합창 단이 부르는 '오 기쁜 사랑'이란 곡을 서서 끝까지 들으시다가 청중들과 함께 박수로써 감사함을 표했으며,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무대 뒷문으로 일행과 함께 서서히 걸어 나가셨다. 헝클리 대관장님의 일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도 대회장에서는 합 창단의 아름다운 화음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이 광경을 지켜 보면서 한동안 넋을 잃었다. 씻지 않은 그릇에 밥을 담아 푸는 어머니는 없다. 깨끗이 준비되지 않은 그릇에 하늘에 축복도 담겨지지 않는다. 예언자의 축복과 권고를 믿고 따르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자유의지이다. 믿고 따르겠 다는 신앙으로 모임에 참석했던 성도들의 감회는 사뭇 다를 것이었다.

대천에서 상경했다는 얼굴에 희색이 만연 한 젊은 부부는' 처음 대하는 예언자의 모습에서 고대 예언자를 연상하며 마음 뿌듯함과 말일성도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과천에서 왔다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형제는 '하나님의 예언자를 만나고 그 분의 말을 들으니 자상하셨으나 돌아가시고 지금은 안계신 할아버지를 만난 듯 인자한 모습이었으며, 마치 할아버지를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고 제법 어른스럽게 소감을 말했다.

인천에서 전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5 시간 동안 대회장에 왔다는 나이 지긋한 한 중년 자매 회원은 예언자의 떠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석고상처럼 움직일 줄 모르고 우뚝선 채 눈언저리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예언자에 대한 아틈다운 향수를 잊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두 자녀가 불참한 쓰라린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채, 대회가 끝나고 예언자를 떠나보낸 뒤 회원들도 모두 가고 난 텅빈 공간에서 허우룩한 마음을 달램 길 없었다.

헝클리 대관장을 가까이서 모시고 대회 사회를 맡았던 서희철 형제는 힘클리 대관장 께서 팔을 벌려 포옹하면서 "Oh! My Old Frend'라고 부르는 순간의 감격을 전했다. 87세의 허약한 도구로만 느꼈던 그분에게로 영적으로 빨려드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 분의 힘은 강렬했고 내가 세속적으로 떨어져 나가려 할 때 강력하게 붙들어 준 대관장님의 품안은, 아늑함 속의 평화로움 바로 그것 이었다고 나중에 술회하였다.

그분은 편애할 정도로 아끼던 한국 성도들에게 아낌없이 부어 준 축복을, 87년의 긴 인생 여정을 교회에 몸담아 열정적으로 봉사한 뜨거운 신앙에 열기를 이 땅에 뿜어 놓고 떠났다.

예언자가 떠난 뒤 텅빈 공간을 지켜 보고 있는 나의 손을 아내가 잡아 끌어 발길 옮기기를 채근했을 때 나는 잃었던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성도의 벗(리아호나), 19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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