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아 주는 이

구 승훈 형제
(수원 스테이크 율전 와드)

충무 지방에서 선교사로 봉사할 당시, 나는 동반자와 함께 저녁 7시 경 시내 중심가에서 전시판을 펼치고 전도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바쁘다며 뿌리치기만 했다. 나는 실망하지 않고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주님과 대화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그러다가 어떤 두 자매에게 몰몬경과 교회에 대해서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가만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 청년이 앞으로 나서며 대화에 끼어 들었다. 교련복 차림에 머리를 짧게 깎고 베레모를 쓴 그는 한 때 자신도 열심히 교회에 다녔지만 지금은 하나님과 예수님의 존재를 부정하며, 성경의 말씀이 거짓임을 깨닫고 불교를 믿느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처음에 그는 관심을 가진 것처럼 질문을 했지만, 답을 주면 계속 답변하기 애매한 질문을 하여 나를 당황하게 했다. 그는 우리의 대화를 계속 논쟁으로 이끌려고 했고, 내 말을 반박하여 사람들 앞에서 그의 생각이 옳음을 강조했다. 또한 이 복음을 조롱하고 비웃으며, 심지어 하나님과 우리를 저주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나에 대한 저주와 조롱은 참을 수 있었지만, 하나님을 저주한는 말을 들을 때 나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무엇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나는 그에게 엄숙한 말로 그의 불순한 의도에 대해 지적하고, 다른 사람의 종교와 그들이 믿는 대상을 존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간증하고 선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나의 목적에 대해 간증했다.

그러자 그는 몹시 화를 내며 주변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십시오. 이 사람들은 사기꾼이며 이들이 가르치는 것은 모두 거짓입니다!" 그는 사람들을 선동하더니 하나님과 우리 선교사들을 저주하면서 그 자리를 더났다.

소동이 일어나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이 때 나는 내가 선교사업을 하는 이유와 하나님을 믿는 이유에 대해 간증했다. 그리고 살아 계신 하나님의 사랑과 회개에 대해 간증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간증을 마친 후 모인 사람들에게 복음에 대해 다시 소개했다. 그 때 한 사람이 신앙을 시험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나는 앨마가 말한 씨앗의 비유를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부드러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간에 이해하는 느낌이 강해진 것을 보며 주님께 감사드렸다. 나는 밤늦게 전도를 마치고 돌아와 잠자리에 들면서, 낮에 만났던 사람처럼 마음이 강퍅한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회개하게 하려면, 우리 선교사들이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주님께 간구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다. 받아 보니 어떤 형제가 다짜고짜 "제가 지금 몰몬경 니파이이서를 일고 있는데, 잘 이해가 안가서 그러니 설명을 좀 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그가 지적한 부분을 찾아보니, 니파이가 말일에 죄를 짓는 사람들에게 회개할 것을 강하게 권고하는 말씀이었다. 그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제가 어제 선교사님께 실례를 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어제는 제가 심한 말을 했습니다. 선교사님께 사과드립니다. 지금 몰몬경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한 때 부정했던 하나님의 존재와 교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좀더 읽어 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연락처와 이름을 달라고 하자 그는 자신이 연락을 하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저젯밤에 우리 선교사들을 저주하고 조롱하며 떠났던 사람인데 언제 몰몬경을 구해 읽었단 말인가. 동반자에게 "혹시 그에게 몰몬경을 주었느냐"고 묻자, 동반자는 내가 길에 모인 사람들에게 간증을 할 때, 그가 다시 돌아와서 옆구리를 쿡 찌르며 "그 몰몬경을 한 권을 얻을 수 없겠느냐"고 해서 그에게 주었다고 대답했다.

아마 그는 밤이 새도록 동반자로부터 받은 몰몬경을 읽은 모양이었다. 니파이이서까지 읽고 니파이의 말씀에 양심의 가책을 받아 해석이 안되는 구절에서 다음날 아침 나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몰몬경이야말로 마음이 그처럼 강퍅한 사람을 하룻밤 사이에 겸손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선교 사업 내내 나를 나를 돌보시며 인도하신다는 사실에 감사드렸다. [자료원: 리아호나, 2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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