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할머니와 32년째 펜팔 허용환씨

 

 

 

"편지쓰기 생활화되면 사회 밝아져요”

 

 


 세계일보/2004.9.15

“인터넷과 휴대폰에 밀려 현대인들에게 편지가 마치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어요. 하지만 만년필로 죽 편지를 써 내려갈 때의 기분은 결코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미 국방부 인력정보처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는 허용환(45·미국명 휴버트허)씨는 편지 예찬론자다. 이를 테면 편지 쓰기가 생활화된 사람이다. 국내외 출장 때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아침 일찍 출근할 때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부인의 머리 맡에 전하고 싶은 말을 늘 메모로 남겨둔다. 비행기 안이나 공원 등지에서 불편을 느꼈을 때는 언제든 해당 기관이나 관공서에 민원성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15일 미 8군 영내에서 만나 본 허씨는 자신이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인터넷이나 전화는 즉각적이고 동시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책임감과 성실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글을 쓰게 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리가 잘 돼 자신의 견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편지 쓰기를 습관화한다면 인간관계는 물론 사회가 한결 밝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지 애호가인 그가 그동안 편지를 통해 맺은 인연은 다양하다. 이 가운데 그가 중학생시절부터 펜팔을 통해 정을 나눠온 캐나다 할머니 비비안 켄드릭(70·밴쿠버 거주)씨는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존재. “1972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32년 동안이나 편지를 주고 받았어요. 그동안 쓴 편지가 연간 5∼10통씩 200여통은 족히 될 겁니다.” 켄드릭씨와의 펜팔을 통해 그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영어 실력이 향상된 것은 물론, 캐나다 문화를 이해하고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가져다 줬다는 것이다.

그가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은 당시 켄드릭씨가 학비조로 3개월마다 미화 30달러(당시 1만5000원)씩 보내 온 일. 이 돈이 그가 태어난 경북 의성의 시골 가정에 적잖은 보탬이 됐단다. 92년 결혼 직후 신혼여행지로 캐나다행을 택한 그는 그곳에서 켄드릭씨를 처음 만나 ‘어머니’와 ‘아들’의 연(緣)까지 맺었다. 이후 네 번씩 교환 방문했고 95년엔 그가 켄드릭씨를 서울에 초대, 한국식 회갑연을 베풀기도 했다.

그는 그보다 10년 뒤인 내년 7월 켄드릭씨를 다시 한국에 오게 해 칠순잔치를 마련해 줄 계획이다. “이번엔 주한캐나다 대사관, 한·캐나다친선협회 등과 함께 ‘우정의 밤’ 등 이벤트도 모색해 볼 예정입니다. 어렸을 적 도와준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은 거죠.”

학생시절 펜팔 덕분에 영어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뉴욕주립대에서 문학사를 전공했다. 92∼97년 미 육군 복무 후 1998년부터 현재의 미 국방부 인력정보처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고국 사랑이 남달라 직장생활 틈틈이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2001년부터 주한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 서울 남산·덕수초등학교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열고 있는 어린이 영어교실이 대표적인 사례. 한·미 간 친선도모와 미군들이 여유시간을 보람있게 보내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또 2002년 조직한 서울영어연구회(SESA)의 사무총장을 맡아 서울 시민들을 상대로 영어 강연회를 실시하는 이색활동도 펼치고 있다.

“3년 전부터 아들 준호(4)·준영(3)의 육아일기를 쓰고 있어요. 아이들이 커서 장가 가면 선물로 줄 겁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편지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하고 영어학습에 도움이 되도록 그동안 모은 편지글을 책으로 엮는 일입니다.”

송성갑기자 /sksong@segye.com 

40년 전 편지 한통에 캐나다 어머니가 생겼다/ 동아일보.2012.7.26
집중하면 어떤 문도 열린다

 


All Contents Copyright by 1999-2015
For questions and comments, send e-mail to pcway@naver.com  

http://www.ldskorea.net
TEL: 010-4236-9900 / 070-7620-9900 / FAX: 031-726-9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