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2-02-08

모르몬교도 '가정의 밤' -
'가족사랑은 미래의 열쇠'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샌디마을의 일요일 저녁. 경기 성남에서 살다가 21년전 이곳으로 이민 온 박봉운씨(48)는 앉은뱅이 밥상을 펴놓고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일 때문에 한 주 동안 마주앉지 못했던 아내와 아이들. 아내는 간단한 요깃거리로 약식을 준비했다.

'가정의 밤'. 사회는 아내인 최혜연씨(44) 차례다. 큰아들 정운(17)은 찬송가 반주를 맡았고 지휘는 막내딸 지나(10) 순서다. 박씨는 가족에게 들려줄 이야기로 '술, 담배, 마약은 절대 손대지 말라'는 주제를 택했다.

박씨는 "마약과 담배, 알코올의 유혹이 세상에 넘치고 있다. 한번 손대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며 자신이 한국에 있을 때 술에 취해 살던 이야기, 술을 끊는 데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씨는 "나쁜 음악과 포르노그라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모든 역할은 서로 돌아가면서 맡지요. 지난번엔 내가 사회를 보고 지나가 가족들에게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들려줬지요"
모르몬교(말일성도 예수그리스도 교회)에서는 신도들에게 매주 한번씩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시내 모르몬교의 성지인 '템플 스퀘어'에서 만난 교회 지도자 브라운 장로는 "가족이야말로 미래의 열쇠이며 가족이 잘되는 것이 바로 사회와 국가가 잘되는 길"이라면서 "가족을 잃는 것은 돈과 명성, 그 어떤 것을 잃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라고 말한다.

가족을 중시하는 모르몬교는 1845년 족보박물관을 세워 전세계 족보를 2백20만개의 마이크로필름으로 만들어 소장하고 있다.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아 우리나라 성씨들의 기록을 마이크로필름에 담아가기도 했다.
'가정의 밤'은 일종의 가족예배이지만, 예배보다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의미가 더 크다. 그래서 박씨는 회사일에 매인 자신과 공부에 바쁜 아이들이 편하게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교회에서 권장하는 월요일 대신 일요일을 택했다. 박씨는 모르몬교 가정의 아이들이 비뚤어지지 않고 건강하며 성실하게 자라는 첫번째 요인으로 '가정의 밤'을 꼽았다.

"이민 생활을 하다보면 먹고 살기 바빠서 가족이 모두 모이기가 쉽지 않지요. 아이들은 밖으로 나돌게 되고 쉽게 마약 같은 것에 빠져들게 돼요"
가정의 파괴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한국 가정에서도 1주일에 한번, 아니면 한달에 한번만이라도 가족 모두가 둘러앉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솔트레이크시티/윤성노 기자ysn04@kyunghyang.com

#모르몬교: 모르몬교는 1830년 미국의 조지프 스미스가 새로운 성경인 '모르몬경'을 발견, '고대 기독교의 부활'을 기치로 창시했다. 뉴욕주 맨체스터에서 시작된 이 종교는 기존 기독교단에 의해 '이단'으로 몰려 박해를 받아 서부로 쫓겨났으며 솔트레이크시티에 정착, 교세를 확장했다. 미국의 유타주와 주도인 솔트레이크시티는 인구의 70% 정도가 모르몬교인이고 주지사와 시장도 모르몬교인이다. 미국 전역에 5백만명의 신자가 있는 미국 5번째 종교다. 모르몬교를 두고 '일부다처제'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중혼 관습은 대법원의 개입으로 금지됐으며 교회 내부에서도 1895년 중혼을 금하도록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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