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 레] 2002-02-02

'모르몬교'의 인도주의센터를 찾아서
 

* 매달 첫째일요일 종일 굶어 / 절약한 돈 모아 '나눔' 실천

9일 개막하는 겨울올림픽 개최 도시인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는 1847년 말일성도 예수그리스도(모르몬) 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동부를 떠나 로키산맥에 둘러싸인 서부의 사막에 세운 도시다. 1950년 2대 대관장인 브리검 영이 이 지역을 미국 연방에 편입시키고, 유타주의 주지사를 맡았다.

현재 유타주의 주민 70%, 솔트레이크시 시민 80% 이상이 모르몬 교인이고, 지금도 미카엘 오 레비트 주지사와 로스 시 앤더슨 솔트레이크시 시장 등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모르몬 교인이다. 미국의 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최근 '어떻게 유타주의 교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특집으로 싣는 등 주요 매체들이 앞다투어 모르몬교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주도하는 모르몬교에서 세인의 신뢰를 얻는 주된 사업으로 꼽히는 인도주의센터와 '가족의 밤' 현장을 살펴본다. 편집자
모르몬의 성전이자 이를 배경으로 올림픽 시상식이 열릴 '템플 스퀘어 가든'이 있는 솔트레이크시의 중심부에서 차로 불과 10분을 달리자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곡식 저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세계의 가난한 이들에게 보낼 곡물 등 먹거리를 쌓아놓은 창고였다. 무려 13에이커에 이르는 이 인도주의센터의 창고에는 먹거리말고도 옷과 의약품 등이 가는 곳마다 포장된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농장과 목장에서 가져온 식품들과 교인들이 모은 옷가지들이었다. 지난해 세계 각국에 보낸 옷만 1300만t이다. 옷 창고를 지나자 비영어권 나라에 보낼 헌 영어책들을 비롯한 노트와 필기구 뭉치들도 쌓여 있었다. 또 빵공장에선 매일 큰빵 2500개를 구워내고, 치즈공장에선 1500마리의 소가 생산한 우유를 가공 포장해 가난한 이들에게 보내진다. 창고 관리자인 멜빈 엘 가드너(53)는 "공장들을 가동하고, 물품들을 포장하는 일은 대부분 자원 봉사자들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주의센터 앞쪽엔 대규모 복지광장이 있다. 광장에선 각 지역 모르몬교회 감독의 추천을 받은 환자들과 노숙자 등이 필요한 물품들을 고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봉사 중인 베드 피어스(53)도 원래는 이 복지광장의 혜택을 입은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직장을 잃어 살아가기 어려울 때 복지광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에, 이제 남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이 예언자로 믿는 요셉 스미스에 의해 1930년 조직된 모르몬교는 미국에서 500만명 이상의 신자를 두고 있다. 가톨릭, 장로교, 감로교 등에 이어 다섯번째 교세다. 세계에 신자가 1100만명에 이른다.

모르몬교는 원래 모든 남자 교인들에게 주어지는 신권을 흑인들에게는 주지 않고, 박해로 남편을 잃은 부인들의 생계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일부다처를 허용해 인종 및 남녀차별로 비판을 받았다. 교회는 일부다처를 1890년에, 흑인차별을 1972년에 철폐했다. 그러나 부계의 기록만을 보관한 세계 최대의 족보박물관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나, 고든 비 힝클리 대관장이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한 단결을 호소하는 점 등에서 가부장적이고 미국 중심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인 복지프로그램이 자원봉사자로 운영되고, 모든 회계처리가 투명한 점 등은 다른 종파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실제 이들은 미국 안에서 북한에 가장 많은 원조를 한 종교기관으로 꼽히고 있고, 보스니아 내전 지역과 최근 아프가니스탄에도 체계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모든 교인들은 매달 첫째 일요일엔 하루종일 굶고, 절약한 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다. 복지광장에서 통조림을 만드는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리처드 허드(46)는 "24시간 금식을 통해서 어려운 이들의 아픔을 느끼고, 어려운 이들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시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매주 월요일은 '가족의 밤'

/TV 끄고
/ 전화도 받지않고
/ 다같이 모여
/ 얘기하고.
/ 게임하고.

지난달 28일 저녁 7시 솔트레이크시 외곽의 모르몬 교인인 로저 제임스 머컹키(39)의 집 거실. 앉은뱅이 의자에 앉은 머컹키를 중심으로 부인 세라(37)와 2살부터 12살까지 1남4녀의 다섯 아이들이 빙 둘러앉았다. 아빠가 막내 두살바기 크레첸에게 노래를 부르자고 하자, 크레첸이 율동을 섞어가며 노래를 불렀고, 모두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어 5살 사만다, 8살 로저 등 어린 차례로 노래를 선창했고, 어김없이 합창이 꼬리를 물었다. 아이들은 합창 중에도 서로 얼굴을 마주칠 땐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매주 월요일 밤이면 교인들이 여는 '가족의 밤'이 열린다. 교인들은 혼외정사는 물론 술과 담배, 커피까지 금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가족들과 즐기는 시간이 대부분인데도, '가족의 밤'까지 따로 두고 있다.

변호사인 머컹키는 "'가족의 밤'에는 전화도 자동응답을 해두고 받지 않고, 텔레비전도 켜지 않은 채 가족들과 모든 시간을 함께하기 때문에 모교인 유타대학의 농구게임을 놓칠 때도 있다"며 웃었다.

노래가 끝나 분위기가 무르익자 부인 세라가 게임판 앞에 서서 이번에도 나이 어린 차례로 질문을 던졌다. 크레첸에게 예수의 사진을 보여주며 "누구냐"고 묻자, 크레첸이 혀 짧은 소리로 "지저스 크라이스트"라고 답했다. 칭찬을 들은 크레첸이 윷판의 말을 옮기듯이 펄쩍펄쩍 뛰며 게임판의 자동차를 신나게 옮겼다. 나이가 많은 아이에겐 그에 걸맞은 질문이 이어졌다. 사라가 외아들인 로저에게 "어떻게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묻자, 로저는 "계명을 잘 지키고, 부모님의 말을 잘 듣고, 친구에게 모범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빠는 활짝 웃으며 "친구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면, 친구도 로저처럼 되고 싶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지루하기 십상인 교훈적인 내용인데도 아이들은 게임에 몰입한 채 즐거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어떤 사회적인 성공도 가족의 실패를 상쇄할 수는 없다."

게임이 끝나고 엄마가 구워놓은 쿠키와 코코아를 먹을 때도 웃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들과 엄마, 아빠의 모습에서 모르몬 교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의 가치가 '행복의 원천'임이 새삼스레 느껴지는 밤이었다.

솔트레이크시/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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