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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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 홈'


▲커밍 홈 / 케이티 로빈슨 지음 / 최세희 옮김, 중심, 9천5백원

해외로 입양됐던 코흘리개가 십수년 후 말쑥한 처녀.총각이 돼 돌아와 잊고 살았던 자신의 뿌리, 친부모를 찾는다는 사연은 그리 새로울 게 없다.

'고아 수출 1위국'이라는 불편한 간판을 아직 벗어버리지 못한 한국에서는 아직도 매년 7천여명의 아이들이 길바닥에 버려지고 있고 그중 2천여명이 파란 눈의 새 부모를 찾아 바다를 건너고 있다.

뻔한 얘기에 도전한 신간의 매력은 저자가 '오레고니언''아이다호 스테이츠먼' 등 미국 언론 본바닥에서 5년간 경력을 쌓은 기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곱살 때 모르몬교의 본산 유타의 솔트레이크시티로 입양돼 겪었던 좌절과 당혹감, 한국말을 까맣게 잊어버려 '사실상 미국인'이 되어 돌아온 어머니의 나라에서 겪었던 문화적 충격 등을 저자는 저널리스트 특유의 냉정하고 차분한 시각으로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예상과는 달리 신간에는 눈물 쥐어짜는 최루성 대목이나 꿈에도 잊지 못하던 어머니와의 극적인 해후 같은 감동적인 장면은 적다. 미혼모 어머니와 자신을 매정하게 내팽개쳤던, 바람기 많았던 유부남 아버지는 단 한차례의 수소문 끝에 싱겁게 만나게 된다. 애타게 그려온 어머니와의 만남은 끊임없이 연기되고 한동안 생사 여부조차 불확실한 혼란 상태에 빠진다.

결국 어머니는 아마 시카고에 살고 있을 것이라는 풍문만 확인한 채 만나지 못하고 만다. 대신 저자는 한국 체류 1년 동안 이복 오빠와 언니, 어머니의 배다른 형제인 이복 이모 등 생면부지의 친척들과 미묘하고 불편한 만남들을 경험하게 된다.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질구레한 감정 변화와 그렇고 그런 사연들을 시시콜콜 늘어놓는 것이 오히려 해외 입양아가 고국에 들어와 겪게 되는 진상에 육박할 것이다. 이제는 70이 넘은 노인이 돼버린 아버지. 한때 어머니와 자신을 저버렸던 아버지가 어찌 곱게 보이기만 하겠는가.

저자가 한국을 떠나며 깨닫게 된 소중한 결론은 '과거는, 잃어버린 조각들만 모두 찾아내면 깨끗하게 맞출 수 있는 퍼즐 같은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만남은 기쁨으로만 가득찬 개운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퍼즐 어머니'는 끝내 찾지 못했다.

신간은 8월 뉴욕에서 출간된 직후 워싱턴 포스트 등으로부터 '개인의 문제를 가족.문화.정체성의 문제로 승화시켰다'는 격찬을 받았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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