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2-06-11
여자는 왜 남자보다 7.5년 더 사는가?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7.5년쯤 더 오래 산다. 1999년 정부가 조사한 남성의 평균수명은 71.7세, 여성은 79.2세. 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살까. 그 궁금증을 풀어본다.

◇여성이 왜 오래 사나=서울대의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 박상철 소장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더 장수하게 돼 있다"며 "특히 남성을 남성답게, 여성을 여성답게 하는 성(性)호르몬이 수명을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으로 인해 느리지만 꾸준히 행동한다. 그 결과 노화의 주범인 유해 산소가 덜 만들어진다. 반면 남성은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행동이 급하다.

이는 유해 산소의 생성을 증가시킨다. 적당하고 꾸준한 유산소운동은 유해산소를 없애지만 과격한 무산소운동은 유해 산소를 늘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천성수 교수는 "여성호르몬은 심장병.골다공증 등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높여준다"며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나오지 않을 때 이 질병들의 발병률이 갑자기 높아지는 것이 그 근거"라고 밝혔다.

여성호르몬은 또 몸을 유연하게 해 사고시 다치거나 숨질 위험을 낮춘다. 반면 남성호르몬은 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심장병 환자에게 남성호르몬을 처방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차병원 가정의학과 이영진 교수).

성(性)염색체로 남녀의 수명 차이를 설명하는 학설도 있다.남성(XY)은 X염색체를 한개만 갖고 있으나 여성(XX)은 두개를 보유하므로 하나가 고장나도 여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학설은 아직 논란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유한욱 교수는 "여성의 XX 성염색체 가운데 하나의 기능은 대부분 불활성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호르몬은 저항력 높아

여성이 매달 생리를 하는 것도 장수와 관련 있다는 학설도 제기된다. 생리를 통해 몸 안의 노폐물.철분이 빠져나가는 것에 주목한 이론이다.
철분이 체내에 과다하게 축적되면 비타민C 등과 반응해 유해 산소를 다량 발생시킨다. 또 간에 철분이 쌓이면 간조직이 손상되고 심장.신장 등에 축적되면 퇴행성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

이를 근거로 남성의 헌혈은 '보약'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남자 아이는 사망 위험이 더 높다. 차병원 산부인과 안명옥 교수는 "태어날 때 자연 성비(性比,여아 1백명당 남아수)는 1백6~1백8명이나 결혼 적령기가 될 무렵에는 남녀 비율이 거의 비슷해진다"며 "어린이의 5대 사고(익사.독극물.화상.낙상.교통사고)에 남아들이 더 자주 연관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매달 생리로 과다철분 배출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울면서 스트레스를 쉽게 푸는 것도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미국 UCLA대학 연구팀은 남녀의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법이 다른 것에 주목했다(심리학 리뷰지, 2000년 7월). 여성은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데 비해 남성은 자신을 고립시키거나 적대감으로 해결하는 것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

연구논문에 따르면 여성이 스트레스에 직면하면 남성과 마찬가지로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와 혈압.혈중(血中)콜레스테롤을 높이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곧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나와 스트레스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고 유해성도 낮춘다. 남성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옥시토신이 나오지만 여성보다 양이 적고 기능도 다르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병들었을 때의 대처법에서도 남녀 차이가 존재한다. 여성은 아플 때 남성보다 빨리 병원을 찾아가 병을 키우지 않는다.
핀란드 투르크대학 연구팀은 생활에 불만족인 남성은 낙관적인 남성보다 사망위험이 두배 높았으나 이같은 차이가 여성에선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미국 역학회지, 2000년 11월).

고단한 삶을 사는 남성은 음주.흡연.무절제한 생활에 빠지는데 반해 여성은 친구.전문가를 찾아 상의하고 도움을 청하는 방식으로 풀어 수명을 까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에도 유연한 대처

◇한국 남성 분발해야=독일의 경우 1950년 이전에는 남자가 더 오래 살았다. 이슬람 문화권, 중국 신장성 지역은 지금도 여성보다 남성의 수명이 길다.

모르몬 교도의 남녀 수명 차이는 2년 정도다. 장수국가인 일본의 남녀 수명차는 7년, 미국은 5.6년, 싱가포르는 4.1년, 이스라엘은 3.7년이다. 우리는 그 격차가 제일 심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사회 환경과 생활습관에 원인이 있다. 조기에 정년을 맞은 한국 남성은 사회적 기능을 잃고 방황한다.

게다가 한국 남성의 흡연.음주율은 68%.83%(여성은 7%.55%)로 세계 최고 수준. 또 여성보다 식생활이 불규칙하고 자기 건강관리 능력도 떨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영식 박사는 "40대 한국 남성은 1천명 중 3명(여성은 1명)꼴로 숨진다"며 "집안일을 규칙적인 운동으로 본다면 운동수행률도 여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정순 교수는 "생물학적.환경적.생활습관적으로 봐 여성이 더 오래 사는 것은 분명하나 원래의 차이는 길어야 2~4년일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남성들이 금연.절주.체중조절 등 건강에 더 유의하기 시작하면 남녀 수명차이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tkpark@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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