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02-02-26
<포럼>`영어공부`제대로 하는 법

내가 영문과 교수라는 것을 아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각하게 물어보는 질문은 예외 없이 “영어공부의 지름길은 무엇입니까”다. 그만큼 영어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열의는 각별하다. “지름길을 찾아서 쉽게 해보려 하지 말고, 어렵더라도 정도를 걸어라”라는 어느 외국인의 충고처럼 영어공부에 지름길이란 있을 수 없다. 꾸준한 연마와 열성적인 연습만이 언어 습득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좋은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외국인과 숙식을 같이하며 한달이나 두달 동안 영어만 사용하는 ‘집중훈련 코스(immersion course)’를 마치면 영어실력은 놀랄 만큼 향상된다. 한국에 모르몬교 선교사로 오는 미국 브리검 영 대학교 학생들이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비결도 바로 효과적인 집중훈련코스와 강력한 학습동기에 있다. 만일 그것이 어려우면 적어도 한 달, 또는 가능하면 두세달 동안 혼자서 영어에만 몰두하는 방법이 있다. 운동도 그렇지만, 영어도 한달 이상 석달만 계속 집중하면 그 효과가 명백히 눈에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유감스럽게도 힘든 과정을 통한 진정한 영어 실력 향상보다는 우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요령 터득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컴퓨터 시험으로 바꾸어진 이후 GRE나 TOEFL 문제가 유출되어 인터넷에 뜨고 학원에서는 답안선택 요령을 가르쳐주자, 최근 GRE나 TOEFL 고득점자들이 양산되기 시작해 문제가 되고 있다. 말 한마디 못하는 GRE나 TOEFL 고득점자들이 많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미국 대학들이 한국, 대만과 중국 유학생들의 점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요즘 신문기사나 책 광고나 월간지를 보면 우리 나라와 일본에서 주로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TOEIC 역시 벼락공부나 요령 터득을 통해 100점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텔레비전 보도(KBS ‘취재파일 4321’)는 그런 경우 정확한 영어실력 측정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위 세 시험은 모두 만만치 않은 액수의 로열티를 미국에 지급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정부에서 시행하는 영어능력 평가에는, 국내 전문가들이 개발해 외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TEPS 같은 공신력 있는 시험이 활용되어야만 할 것이다.

영어를 말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원어민 흉내를 내는 매끄러운 발음이 아니라, 유창성과 정확성, 그리고 명료함과 세련됨, 또 심도 있는 내용과 품위 있는 표현이다. 물론 영미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영어 수준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월드컵을 앞두고 우선 준비해야할 것도 사실은 정확하고 제대로 된 영어 표지판과 안내문, 그리고 유창한 영어로 손님들을 맞을 수 있는 인력의 확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요즘 비디오나 영화를 보면 틀린 번역이 너무나 많이 발견된다. 예컨대 “Come again?(다시 말해주겠니?)”이 “다시 오겠니?”로, “John Doe(익명의 남자)”가 “존 도라는 사람”으로, “I couldn’t agree with you more.(전적으로 동감입니다)”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요”로, “You were not around.(너는 그 때 거기 없었어)”가 “너는 가장자리만 맴돌았어”로 오역돼 있다. 또 “I just want to break the ice.(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는 거야)”가 “몸 좀 풀려고”로, “The cat is in heat.(고양이가 발정기야)”가 “몸이 불덩이 같아”로, “A Team(최고의 팀)”이 “한 팀”으로, “network executive(방송사 중역)”가 “그물 깁는 사람”으로, “the confidence man(사기꾼)”이 “신뢰 주는 남자”로, “No brains, no balls(머리도 배짱도 없는)”가 “머리도 총알도 버린”으로, 그리고 “set-up(함정)”이 “장치”로 각각 잘못 번역되어 있다.

유출된 문제를 미리 외워서 또는 요령으로만 영어시험에 좋은 점수를 받는 풍토가 계속되는 한, 이런 식의 틀린 영어는 계속될 것이다. 지금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이번 동계올림픽 판정 시비 때도 우리 선수단이 세련되고 유창한 영어로 항의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글 김성곤 서울대 영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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