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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8.12


[뉴스 레이더]

미국에도 `뿌리찾기' 바람

90년대 들어 대중화…
인터넷 족보 사이트 인기 폭발 .

미국 LA 인근에 있는 헌팅턴 비치 중앙도서관. 이 도서관 한켠에 있는 자그마한 족보책 가게(The Genealogy Book Shop)는 한달에 한 번씩 1백명 이상의 손님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족보협회가이 도서관에서 여는 족보 강의를 듣고 나온 사람들이 이 가게로 몰려드는 탓이다.

▲ 모르몬교회의 고든 힝클리 대관장(위 오른쪽)이 지난 5월 이 교회가 인터넷에 개설한 패밀리 서치사이트(아래)에서 자신의 조상을 찾아보고 있다.

지난 97년 문을 연 이 가게는 덕분에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한다. 보스턴시에 있는 뉴잉글랜드 족보협회의 마케팅 부장을 지내 기도 한가게 주인 수잔 모란 여사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하루 15∼ 20명 정도의 손님이 꾸준히 드나들고 있지만 강의가 있는 날은 강사에 따라 손님이 150∼200명으로 늘어난다" 면서 "뿌리 찾기는 최근 수년사이 미국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취미생활(hobby)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모란씨는 뿌리 찾기를 "아주 보람있고 (rewarding), 사람으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는(addictive) 취미"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족보 찾기는 오렌지 카운티의 중산층 이상 호사가들만 관 심을 갖는 취미생활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반 이후 미국 인들의 절반 가까이가 한번쯤은 관심을 가져보았다고 할 만큼 폭발 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적인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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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기는 실제 구체적인 통계수치로도 입증된다. 미국 인구학 통계지(American Demographics Magazine)에 따르면 지난 95년 미국 성인의 40% 이상인 1억1300만명이 족보에 대해 한번쯤은 관심을 가 져본 것으로 나타났다.

45∼64세 성인 중에서는 그 수치가 50%, 35∼44세는 47%로 올라 갔다. 이 잡지의 97년 조사에서는 1억명 이상이 실제로 "자신의 뿌 리를 찾기 위한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지난 5월 24일 문을 연 모르몬 교회의 패밀리서치 사이트(http://www.familysearch.org)가 첫날부터 초당 평균 5백 히트(인터넷 웹페이지의 글과 그림을 요청하는 마우스 클릭수)를 기록하면서 6시간 동안이나 사이트가 마비된 것도 미국인들의 족보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잘 반증 해주고 있다. 모르몬 교회는 부랴부랴 IBM사에 긴급 요청해 인터넷 서버를 대폭 늘렸지만 6월 들어서도 이 사이트는 접속이 쉽지 않을 정도로 뿌리를 찾으려는 네티즌들로 붐비고 있다.

이런 양상은 지난해 11월 재퍼슨 대통령과 흑인 노예인 샐리 헤밍스 사이에 태어난 후손들이 DNA 검사를 통해 확인된 것에도 크게 힘입고 있다. 제퍼슨 종친회인 몬티첼로협회(Monticello Association) 의 제임스 트러스콧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퍼슨 대통령의 흑인후손에 대한 DNA 분석연구가 네이처지에 발표된 것이 족보에 대 한 관심을 증폭시킨 미 역사상 최대의 사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5월 16일 미국 버지니아주 살럿테빌에서 열린 제퍼슨가 종친회 연례모임에 참석한 뒤 제퍼슨 대통령 묘소를 둘러보고 있는 제퍼슨 후손들

동양적인 선입견과는 달리 족보 찾기는 미국인을 비롯한 서양 사람들에게도 전혀 낯선 분야가 아니다. 전미족보전문가협회(APG)의 한 홍보담장자는 아담과 이브의 얘기로 시작되는 성경 자체가 훌륭한 족보 라면서 (서양에서도) 족보에 대한 관심은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의 족보도서관으로 꼽히는 가족사도서관(Family History Library)이 `모르몬 교회의 도시'로 불리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 전역에는 교회가 운영하는 족보도서관들이 수백개에 이를만큼 교회는 '족보의 보고' 역할을 한다고 외지는 전하고 있다. 여기에는 결혼, 세례, 인구통계 등 에 관한 각종 역사기록이 마이크로필름, CD롬 등에 담겨 보관되고 있다.

미 연방정부도 역사기록 보존 차원에서 족보 기록에 적잖은 관심을 쏟고 있다.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문서기록청(NARA) 구관과 미 전역에 산재한 11개 지청에는 이민자와 인디언들의 인구 통계와 호 적, 행정문서 등 방대한 족보 기초자료 수억건이 보관돼 있다.

1913년에 만들어진 회원 700명 규모의 제퍼슨 종친회를 비롯해, 2만4000명의 회원과 3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플라워 후손들 의 모임등 수백개의 종친회도 있어 족보 간행, 정기 모임 개최 등의 일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70∼80년대까지만 해도 족보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고 한다. 70년대 후반부터 아일랜드 출신인 조상들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 모란 여사만 해도 20년째 접어들었지만 겨우 18세 기 정도까지 거슬러 올라갔을 정도로 난해한 작업이라는 것. 모란 여사는 아직도 가게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씨만 대면 쉽게 뿌리를 찾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본인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미국인들 사이에 족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이 어려웠던 족보 찾기를 대중화시킬 수 있는 길을 열었다.

▲ 모르몬교회사 올 4월에 발간한 족보 CD롬.

90년대 이후 각종 족보들이 인터넷에 올려지면서 사이트 수가 수 만개를 헤아릴 정도로 늘어났고, 족보 기록을 담은 CD롬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족보 연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속속 등장했다. 인터넷으로 자 신의 조상에 대한 기초자료를 찾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이 를 정리할 수 있게 돼 누구나 쉽게 족보 찾기에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40∼50대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뿌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여기에 일조했다. 제 퍼슨 가문의 흑인 후손으로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바시에서 초등 학교 독서지도 교사를 하고 있는 메어리 제퍼슨(52)씨는 90년대 족 보 열풍의 진원지를 단연코 베이비붐 세대에서 찾는다. 젊은 시절 부터 자기 정체성을 찾고 싶어했던 베이비붐 세대들이 중년에 접어 든 것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그들이 여유를 찾기 시작한 거죠. 모란 여사도 "베이버 붐 세대는 다른 세대와 달 리 기술에 아주 밝다" 면서 이들이 족보 대중화의 길을 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왜 지금 와서 하필 족보냐구요?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부터 왔는지도 모르고 살 순 없지요. 더구나 온갖 인종의 이민자들이 뒤죽 박죽인 미국에서라면요." (수잔 모란) "가족의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족보에대해 관심을 가질 겁니다." (제임스 트러스콧 제퍼슨 종친회장) "나 자신을 아는 일입니다." (미 족보전문가 협회 인터넷 사이트) 미국인이 족보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들이다.

한국족보신문의 한 관계자는 미국인들의 족보에 대한 관심은 족 보를 한가한 노인들이나 관심을 갖는 `구닥다리'정도로 취급하는 우리사회에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식주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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