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 “나의 조상이 궁금해요”

몰몬교의 문서 보관서로부터 받은
4백만 명에 달하는 정보를 제공

뉴스메이커  2000.01.07


가계(家系)에 대한 열정이 극동 문화권에만 한정된 것은 아닌 듯싶 다.

보학(譜學)의 수준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대표적 절대 왕권의 역사와 귀족 문화를 갖고 있는 프랑스에도 자신들의 족보에 대한 관 심은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서양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헤 브라이즘의 경전, 성경의 신약 첫번째 복음서 마태복음도 예수 그리스 도의 가계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하고 있으니 전통의 측면에서는 우리의 보학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가문의 계보를 기록하고 후대에 전달하기 위해 발달했던 계보학은 많은 시간과 재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시간과 경제적 여력이 있는 귀족들의 일로 남아 있었다. 프랑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신의 족보를 더듬어 가는 일은 조상들이 살았던 도시의 시청들과 고문서 보관서들을 돌아다니며 출생 증명과 세례 증명들을 찾아 일일이 기록하고 대조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간한 결심이 아니고서는 해내기 힘들었다. 그러나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공간적 거리 제약을 없애주는 인터넷 덕분에 조상 찾기는 이제 프랑스인들의 새로운 취미 생활이 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수십 년이 걸렸을 일을 단기간에 끝내게 해준 인터넷은 이제 첨단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전통의 색채가 가장 강한 족보에도 그 파급이 미치고 있다. 가까운 친지의 사망을 계기로 자신의 근원 찾기를 시작했다는 프랑스 대학생 실비안은 한푼도 들이지 않고 2년이 안 되는 동안 17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 자신의 조상들 여덟 세 대를 찾아냈다.

20만~30만에 이르는 프랑스 아마추어 족보학자들은 이제 “족보학은 더 이상 주피터의 엉덩이가 자신들의 근원임을 증명하려 고심하는 귀 족들만의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프랑스 현대 사상사에서 과거와의 단절을 요구하고 새로운 사고를 심으려 했던 ‘68년의 5월’은 반어적으로 많은 이에게 자신의 조상을 찾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 때는 여전히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했기에 ‘가족 계보 탐색’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관심사였을 뿐이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도시 인구 집중 현상은 많은 프랑스인이 조상의 땅을 떠나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로 모여들게 했으며, 이로 인해 자 신의 뿌리를 잊게 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제 경제적 안정을 이룩한 ‘뿌리 뽑힌’ 이들이 계보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파리 라비에트 과학관에서 족보 비엔날레가 성황 리에 개최될 만큼 족보에 대한 관심은 증대되었다.

인터넷의 족보 관련 프랑스 사이트들 또한 상당한 양의 정보를 축적 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계보’ 사이트 (www.geneqlogy.tm.fr )는 153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출생 증명이나 시민 증명과 1891년 이후의 부계(父系) 성(姓) 계승 증명 그리고 이름과 성 의 발생 근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몰몬교의 문서 보관서로부터 받은 4백만 명에 달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와 약 6백만 가구의 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있다. 인터넷 상의 사이트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족보학에 입문하는 아마추어들을 위한 장비들을 파는 전문점들과 탐색 과정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직종, 서로의 정보 교환을 위한 모임들도 생겨났다.

앞으로도 족보 연구를 취미로 하는 프랑스 인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 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정보 공유력에 힘입은 족보학의 일반화에도 불 구하고, 상당한 경험과 엄청난 양의 작업에 대한 각오가 없다면 17세 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족보를 더듬어 보기는 상당히 어렵다. 순 수한 아마추어에게는 여기까지가 한계다.

그러나 조상 찾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 아주 길이 없는 것은 아 니다. 한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을 위해서는 250프랑(약 4만5천원), 하 루가 걸리는 조사는 1,200~ 2,500프랑(약 22만~45만원), 그리고 완전한 가계표를 만들려면 1만~2만5천프랑(약 1백80만~4백50만원)을 쓸 용의 만 있으면 된다.

프랑스에서 새롭게 이는 족보에 대한 관심은 인종이나 피부색과는 상 관 없이 자신의 근원을 알고자 하는 욕망은 어디에서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진리’를 다시 일깨워준다. 하지만 거의 본능에 가까운 관심 조차 상업화시키고마는 자본주의의 놀라운 적응력을 다시 한번 보여 주는 것같아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도 갖게 된다.

파리=박상준 통신원 (sangjun.park@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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