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교수의 생명코드 풀기]
질병유뮤 기록된 족보

동아일보  2000-10-04  (과학.의학)   기획.연재

   케케묵은 족보가 첨단의 질병유전자 연구나 유전자지도 작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사람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결함이 있는 유전자의 위치나 유전방식을 알려면 이 결함유전자가 자손에 전달되는 양상을 살펴야 한다. 동물실험에서는 인위적으로 교배를 시켜 이를 관찰하지만 사람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고 한 세대의 수명이 길어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

족보는 한 집안 사람들이 대를 이어 일가를 이룬 계보가 정리된 기록이다. 물론 질병유전자에 연구에 도움이 되려면 고관대작을 했다는 기록 외에 집안의 질병 양상이나 결혼, 이주 기록 등 상세한 생활 양상이 기록되어있어야 한다.

올해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로슈는 아이슬란드의 족보를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았으며 이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이슬란드인은 오랜 세월동안 격리된 환경에서 살아와서 유전자의 동질성이 높고 가계사가 상세하게 잘 기록되어 있다. 이를 토대로 알츠하이머병을 잘 일으키는 가계를 선택하고 이 가계에 속한 1000여명에게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알츠하이머병 유전자를 찾아낸 것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에 길을 찾아주는 이정표 구실을 한 인간 연관분석 지도의 작성에는 미국 유타주 모르몬교도의 족보가 이용됐다. 유타주 계보학회에는 150년에 걸친 몰몬 교도의 족보가 수 천 개가 보존돼 있는데 과학자들은 40여 개의 표준 가계를 선택하고 할아버지로부터 증손자에 이르는 4세대의 DNA를 확보하여 7년여에 걸쳐 연관분석 지도를 완성했다.

유방암이나 대장암의 발병가능성을 높이는 유전자도 모르몬교도의 가계 연구에서 분리됐다. 즉 비정상적으로 젊은 나이에 이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은 가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들 유전자를 분리한 것이다.
족보를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족보에 질병기록을 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 가족의 질병 유무를 기록한 ‘가족 건강 족보’가 있다면 후손들이 건강하게 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대식교수(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진단병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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