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EO 은퇴 종교 봉사자로 나선 고원용씨


“교회나 기업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한겨례 신문, 2005.7.6]


     고원용씨(60)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신업계의 실력자다. 아이비엠(IBM)의 동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전무를 거쳐 한진정보통신 사장을 지냈다. 그가 시이오(CEO)를 그만두고 ‘이상한 길’로 빠졌다. 모르몬교로 알려진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의 봉사자로 나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아이비엠에 입사한 고씨는 30년 동안 아이비엠 맨으로 지내다 2001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옮겼다. 외부 사람을 중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한진에서 그의 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한진정보통신에서 조직 문화를 바꾸며 변화를 주도해오던 그가 ‘중도 하차’하자 그의 능력을 아는 주위에선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다르다.

그가 교회 봉사자로 나선 것은 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 141개 집회소에 7만7천여 명의 신자가 있는 한국 모르몬교의 대표를 17년 동안이나 맡아왔다. 모르몬교는 목사와 같은 ‘성직자’가 따로 없이 대부분의 교회 직책이 봉사직이다. 자기 직업을 갖고 교회 직분을 수행하는 것이다. 고씨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교회에 봉사해왔다.

중학교 다닐 때 친구를 따라 모르몬교회에 나갔다가 모르몬 교인이 된 그는 직장과 교회 두개의 일을 함께 해왔다. 모르몬 교인들은 술과 담배는 물론 커피와 차까지 마시지 않는다. 그런 그가 어떻게 기업에서 오늘에 이를 수 있었을까. 그는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술자리에 거의 빠지는 법이 없고, 부하직원들이 술 취하면 일부러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늘 유머를 잃지 않는 그는 시이오를 그만 둔 것에 대해 “능력이 없으니, 이제 그만두고 봉사를 하라는 하늘의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다.

그가 이번에 맡은 역할은 미국에 본부를 둔 모르몬교의 동아시아 보좌역이다. 도쿄에 본부를 둔 동아시아 대표 격인 3명의 보좌역 가운데 2명은 미국인이고, 그는 유일한 동양인 대표다.

1955년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한 모르몬은 한국에서 올해 선교 50돌을 맞았다. 그는 50돌을 맞아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라는 한국어 명칭의 '말일'이라는 표현이 '말세'나 '종말론'을 상기시킨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이번에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로 공식 명칭을 변경했다. 시이오 다운 변화를 교회에서 시작한 셈이다. 오는 30일 최고 지도자인 힝클리 대관장과 한국에 다녀간 적이 있는 선교사 수 천 명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문화의 밤’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그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면에선 교회 조직과 기업이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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