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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보수냐 진보냐고 물어보신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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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43 홍 병식 박사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이념적인 구분이 있습니다. 한때는 보수 대 진보로 구분이 되었지만 지금은 수구 대 개혁으로 분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내에서 좀 극단적인 진영에서는 친통일 대 반통일로 분류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가습니다. 저는 편리상 보수 대 진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습니다.
보수 대 진보로 개인의 이념을 구분하는 것은 복잡한 현상을 흑백논리로 단순화하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이 세상사는 흑백논리로 양분할 수 있을 만치 단순하지 않습니다.
남녀가 서로의 몸을 나누려면 결혼이라는 법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제도를 거쳐야 한다고 믿는 것이 보수라면 저는 보수입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한다면 결혼이라는 형식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믿는 것이 진보라면 저는 진보가 아닙니다. 개인과 가족과 사회와 국가를 위하여 좋다면 과거의 인습을 과감히 버리거나 탈피하는 것이 진보라면 저는 진보입니다. 어른들이나 선조들이 대대로 지켜온 외양적인 형식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믿는 것이 보수라면 저는 보수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상투메고 갓을 쓰고 총각들이 긴 머리를 따고 다니는 모습을 가끔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정죄하지는 않습니다만 칭송하지도 않습니다, 분명히 제가 따를 관습은 아닙니다.
구 한국말에 쇄국주의를 탈피하고 서양문명을 받아드리자고 주창한 김 옥균, 홍 영식 같은 분들은 한때 역적으로 몰려서 형을 당했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은 선각자요 진실한 의미에서 애국자였다고 믿습니다. 그런 개화운동을 칭송하는 것이 진보라면 저는 분명히 진보입니다. 여담 같습니다만 제 이름의 항렬은 심을 식(植)자입니다. 홍 영식이 역적으로 단죄를 받자 역적의 팔촌까지 멸하는 극단 적인 처벌을 피하기 위하여 식(植)자를 표(杓)자로 바꾼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남양 홍씨 집안에서는 지금도 식자와 표자를 공용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영체제에서 직급의 층계를 줄여야 한다고 믿는 것이 진보라면 저는 진보입니다. 어느 기업이나 조직체에서나 주사, 반장, 계장, 대리, 차장, 과장, 부장, 실장, 등등 이렇게 많은 직급의 단계가 많아야 한다고 믿는 경영학자는 없습니다. 요새처럼 전산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업무의 파악은 용이합니다. 직급의 층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효율은 떨어집니다. 좋은 조직체는 최고 경영자와 말단 직원사이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다단계 조직을 평 조직으로 변환시켜야 한다고 믿는 것이 진보라면 저는 분명히 진보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귀가할 때는 부모중의 한 명이 집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 보수라면 저는 보수입니다. 물론 부모 중에서 돈벌이를 많이 하는 측이 생활 전선에 나가고 또 한 분의 부모는 가능하다면 집에 있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를 정상적으로 개발시키는데 유익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귀가하면 목에 걸고 있던 열쇠로 집에 들어가서 TV를 키고 포르노에 가까운 프로그램을 시청합니다, 또는 외로움을 달래고 소속감을 얻기 위해서 깽단에 가입을 하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건전한 사회는 가정에서부터 만들어진다고 믿는 것이 보수라면 저는 분명히 보수입니다. 이웃보다 좀더 좋은 차를 사기 위해서 또는 남의 자식들처럼 우리 자식도 피아노 교습을 시키기 위하여 양부모가 다 맞벌이를 나가는 일은 일반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저는 보지 않습니다.
굶주림과 혹한에 시달리는 북한 동포들에게 식량과 의류와 생필품을 보내자고 주장하는 것이 진보라면 저는 진보입니다. 그들도 다 하나님의 자녀이고 우리의 동포들입니다. 그들의 위정자가 그릇된 결정을 하여 남한 국민들에게 지대한 어려움과 고통을 주었지만 그 쪽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 겪는 고통을 모른척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가 한끼 덜 먹더라도 식량과 의복을 그들에게 보내는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현금을 갖다주는 일을 저는 현명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현금을 갖고 그들은 유도탄을 제조하거나 핵폭탄을 제조할 재료를 구매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금강산 관광비도 곡물이나 의료품으로 주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이 반통일 분자라는 낙인을 찍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것이 보수라면 저는 분명히 보수입니다.
저와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진보이고 또 보수일 수 있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한가지의 행동만으로 또 흑백논리로 개인이나 단체를 보수와 진보로 또는 친통일과 반통일로 구분하는 성급한 의식구조는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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