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대선 주자들의 후원회가 웬말?

A394                                                    홍 병식 박사                                    

        이곳 동포사회에는 한국의 여러 유명 정치인들의 후원회가 조직되고 가동되고 있습니다. 주로 고급 호텔에서 개최되는데 그 곳에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참석하는 인사들의 과반수는 정치인이나 후원회를 준비하는 사람들과의 인적 관계 때문에 마지못해 참석하는 사람들입니다. 최근에 제가 여러 비 정치성 모임에 참석을 했는데 많은 동포들이 그런 후원회에 관해서 불쾌하다거나 거부반응을 표현했습니다.

        제가 직접 한국국적 항공사 직원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런 후원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로스 안젤스로 오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어떤 등급의 좌석을 이용해서 오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대답은 예상한 대로이었습니다. 즉 일등 좌석을 타고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로스 안젤스와 인천간의 1등 좌석 왕복 항공권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할인을 포함해서 제일 저렴한 항공권도 4천 달러가 넘는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기 가운데에는 왕복 항공료가 5백 달러도 되지 않는 항공기가 여러 개 있습니다. 물론 1등이나 프리스티지 좌석 값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후원회에 참석을 하는 정치인이 수행원을 대려올 경우에는 수행원은 일반 좌석에 앉아 오겠지만 그들의 항공료만을 충당할 기금을 모으려해도 거의 만 달러를 모금해야할 것입니다. 국내에 게시는 동포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곳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은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직장생활이나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100 달러 정도를 무리 없이 헌금할 수 없는 소위 서민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동포들에게 한국에서의 선거를 위해서 헌금을 해달라는 후원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폐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첫째: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한국의 투표에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해외 동포들이 고국에 대해 갖고 있는 애국심과 애착은 국내에 거주하는 동포들에 못지 않지만 한국의 정치 활동이 해외 동포들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외국의 시민으로부터 단돈 1달러라도 정치헌금을 받는 것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과연 한국의 정치인들이 외국에서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갖고 있는 동포들로부터 정치헌금을 거두는 활동이 정당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외국으로부터 정치 헌금의 유입을 철저히 막고 있는 미국의 법은 좋은 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외국인의 헌금을 받아 정치활동을 하는 정치인들은 아무래도 자기가 속한 미국보다 헌금의 원천인 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입법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둘째: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도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처럼 근근히 살아가는 동포들이 많습니다. 금요일에 주급을 받게 되는데 목요일에 식료품 가게에 가서 잔고도 없는 수표를 주고 식료품을 사는 동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수표가 은행까지 가려면 하루 이틀은 걸리기 때문에 주급 하루 전에 수표를 발부해도 부도는 나지 않습니다. 저 자신도 젊었을 때 수없이 그런 짓을 했습니다. 그런 처지에 있는 동포들에게 정치 헌금을 내라고 부탁하는 것은 무리를 지나쳐서 무례입니다. 수혜자는 수천 달러를 드려 1등 좌석을 타고 와서 100 달러 한 장에 손이 떨리는 동포들로부터 땀에 젖은 돈을 걷어 가는 후원회는 정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집안 형편이 가난해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불우 아동을 이곳에 데려다가 수술을 해주는 활동 같은 자선 활동은 자랑스러운 활동이며 적극 참여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아동들은 다 항공사 측의 배려로 무료 항공권으로 이곳에 오거나 제일 저렴한 좌석에 앉아 오게 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하여 거두는 기금은 가치와 보람이 있습니다.

         셋째: 이상과 같은 후원회 활동은 동포사회의 단결을 해칩니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낯 선 사람과 친구가 되려면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 사이에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달라서 적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곳에서 후원회를 개최하는 주인공들도 어떤 이는 민주당에 속해 있고 어떤 이는 한나라당에 속해 있습니다. 저와 개인적으로 친한 이곳 유지 한 분은 자민련의 높은 분의 후원회 회장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성을 띤 모임에는 일체 참석도 하지 않고 정치성을 띤 단체의 간부들은 제 라디오 프로그램의 손님으로 초대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친구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만일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정치 후원회 등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면 우정에 금이 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미주에서 한국 정치인들의 후원회는 폐지 내지는 중단해야 합니다.

(2002.1)

뇌물 수수는 자승자박

장 쩌민 주석의 전용기에 장착된 도청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