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거부한 모든 학생에게 F

A406                                                   홍 병식 박사                                    

         진주에 있는 교육대학원에서 수업을 거부한 256 명의 학생 전원에게 F 학점을 준 이 지호 교수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교원으로 임용을 받아야 할 학생들을 동정하는 학교측에서는 보충 수업을 해서라도 학생들에게 점수를 주라는 권고를 이 교수에게 했고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교권침해를 항의하는 호소문을 교육부에 지출했다고 합니다. 학교측에서는 학교의 위신을 이 교수가 훼손했다고 하면서 면직처분을 내렸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교수직이란 원칙과 공정성을 지켜야 할 직종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점수를 너무 후하게 주거나 너무 짜게 주면 비난을 받습니다. 교수직의 어려운 일면을 이 지호 교수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업을 거부하면 학점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학생들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업을 거부한 대가로 그들은 모두 F 학점을 받았습니다. 원칙을 따지자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원칙은 공의를 대표한다고 하겠습니다. 공의와 자비는 병존하는 것 아닙니까? 일반 사법제도 하에서도 공의에 의한 재판을 하면서도 정황을 참작하는 자비의 일면이 반듯이 수반합니다. 참회의 모습이 뚜렷하다거나 범법을 한 정황이 인간적인 약점 때문에 불가피했었다던가 하면 그런 면에 자비를 작용하여 감형도 하고 또는 집행 유예를 선고하기도 합니다.

        위에 말한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잘 못을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느지 가 문제 해결의 변수이겠습니다. 이 지호 교수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던가 학생들의 집단 위력을 과시해 보겠다는 의도로 수업을 거부했는데 참회는커녕 학교측에 이 교수의 처벌을 요구한다면 그 학생들은 동정을 받을 여지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학생들의 참회 없이 보충수업을 교수에게 강요하는 학교라면 앞으로 더 큰 원칙과 규칙을 어기는 학생들을 훈육할 방법도 명분도 잃게 될 것입니다. 한편 학생들이 이 교수에게 저지른 무례를 참회하고 용서를 빌면서 F 학점으로부터 구제를 간청해 왔다면 자비에 의한 구제 조치가 정당화 될 수가 있겠습니다.

        보도 자료에만 의존한다면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의 태도를 알 수가 없습니다. 수업 거부라는 극단적인 학생행동이 있을 수 없는 미국에서 오랜 동안 교수 생활을 한 저로서는 일단 이 지호 교수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를 면직한 학교측의 처사는 부당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전국적인 여론을 수집해 보면 이 교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일 것입니다. 256명의 학생 전원에게 F 학점을 주었다면 원칙을 고수한 이 교수로 인하여 진주 교육대학원의 위신이 올라갔으면 올라갔지 훼손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이 위신의 훼손을 이유로 그를 면직했다면 학교측은 집단행동을 취한 학생들의 위세에 아부하는 비겁행위라고 단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교수가 도덕성을 잃고 퇴폐가치를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려 했다던가 성추행등 파렴치 행동을 했다던가 하여 학생들의 집단 수업 거부를 자아냈다면 그런 교수는 동정을 받을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 교수들은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없다고 하더라도 교수직으로부터 파면을 당해야 할 것입니다. 교수에 아무런 도덕적인 하자가 없는데 무조건 학교가 학생들의 편에 서서 교수의 교권을 침해하려한다면 모든 교수들이 단결하여 그런 학교측의 부당한 처사를 지탄하고 원칙을 고수하는 교수를 옹호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대학교에는 교수회 (Faculty Senate)라는 교수 단체가 있습니다. 학교측에서 교수회를 거치지 않고 교수를 징계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진주교육대학교에 그런 교수회가 존재한다면 그런 교수회는 뭐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동료교수와 학교측 사이에 대치상황이 있을 때 그런 관계를 조정하고 중재를 하는 역할도 교수회에서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진주교육 대학교에서는 조속히 교수회를 소집하도록 해서 이 지호 교수의 면직 사건이 더욱 악화되지 않고 원만히 해결되도록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끝

(2002.3)
 

무심코 하는 거짓말

한국에 유리한 부시 대통령의 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