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협상에 또 한마디

A409                                                     홍 병식 박사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인 일본의 도요다 회사와 노조간에 완전한 노사 협의가 이루어 졌습니다. 임금을 얼마나 오렸느냐가 궁금하시지 않습니까? 임금은 한푼도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이익이 없었거나 적자이었을 것 같지요? 도요다 회사는 사상 최고인 1조엔 (10조원 이상)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올렸습니다. 임금을 동결하기로 제안한 회사측의 주장은 뭐이었을까요? 앞으로 치열해질 경쟁에 대비하여 더 좋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이런 도요다 회사의 노사협상에 힘입어서 닛산을 제외한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조선 철강 및 가전업계에서도 일제히 임금을 동결하기로 노사가 합의했습니다. 닛산 자동차만이 2만 천명을 감원시킨 대가로 2% 임금 인상을 합의했습니다.

        저는 도요다회사 보다 임금 동결에 합의해준 노조 측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튼튼한 회사는 근로자들의 밝은 미래를 의미합니다. 보다 나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임금 동결에 합의한 노조대표들은 노사 일체라는 관념을 이해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한국의 현대 자동차도 사상 최고의 이익을 냈습니다. 노조는 그 이익의 30%를 근로자들에게 나눠줄 것을 강력히 주장하여 그 주장을 관철시켰습니다. 돈을 많이 번 회사가 번 이익의 일부를 근로자와 공유한다는 것을 아름다운 풍조이겠습니다. 단 그런 조치가 파업이라던가 또는 노조의 강압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면 자랑스러운 합의는 아닙니다.

        도요다의 노사 합의를 보면서 노사문제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충성심이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 근로자나 경영자의 충성심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는 질문을 노사 양측에 던져보아야 하겠습니다. 근로자들이 회사에게보다 노조에 충성심을 갖고 있다면 회사가 잘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회사는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데 임금을 인상하라고 고집을 부리는 노조는 어떤 논리에 의거하더라도 회사를 망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의 지하철 노조의 파업을 보십시다. 적자운영을 면치 못 하는 지하철 노조가 툭하면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을 합니다. 지하철이 공기업이라서 적자액은 어떻게 해서든지 세금으로 메워질 것을 믿고 하는 노조의 계산된 행동이겠습니다. 적자가 경영진의 무능에 의해서 야기되는 결과이라면 경영의 향상을 위한 노조의 주장이 있어야 할 것이고 적자가 과다한 인건비로 기인한다면 임금을 스스로 삭감하자는 주장도 노조 측에서 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회사의 미래를 위하고 튼튼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근로자들이  스스로 임금 삭감을 자원하는 희생적 모습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그런 노조들이 간혹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편 경영진에서도 근로자들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이익이 많이 났으면 스스로 자원해서 근로자들에게 이익을 분할해줄 아량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매번 노조의 위협 하에서만 이익을 분배하거나 임금을 올려주는 낡은 관습을 타파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에는 직장 노조만 있을 뿐 민주노총이나 한국 노총 같은 전국 노조는 없습니다. 근로자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노조에 대한 충성심보다 강합니다. 도요다의 근로자들이 휴식시간이 끝나면 달려서 일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미국의 경영교재에 포함시킨바가 있습니다. 즉 휴식 시간이 끝났으면 그 시간은 회사 시간이기 때문에 일분이라도 빨리 일자리에 돌아가기 위해서 달려서 간다는 것입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그 정도이라면 사상 최고의 이익을 냈으면서도 임금을 동결하자는 회사의 주장에 노조가 동의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근로자라고 해서 강제적으로나 자동적으로 노조에 가입시킬 수가 없습니다. 근로자라고 하더러도 근로자 스스로가 노조에 가입을 지원해야 가입이 되며 자기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를 아무도 강요할 수가 없습니다. 비 노조 근로자들은 물론 노조회비를 내지 않습니다. 물론 노조와 회사간에 합의한 혜택을 입을 수는 없지만 회사는 비노조 사원들에게도 노조 사원과 비등한 대우를 해 줍니다. 그런데 노동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비 노조 근로자들의 수입이 노조근로자들보다 높다는 사실입니다. 또 파업의 결과로 임금을 인상 받으면 파업으로 인해서 급료를 받지 못한 액수를 도저히 만회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습니다.

        노와 사가 적대관계나 대치관계로 양립을 한다면 건전하지 못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노사 관계는 노조 없이 노사간에 상승효과를 유지하면서 공생관계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권익을 증진한다는 사명으로 노조가 존재한다면 적대관계를 협력관계로 대치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극단적인 용어 즉 “투쟁”, “결사반대”, 등의 용어를 담은 붉은 머리띠나 어깨띠를 달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자세부터 없애야 할 것입니다. 용돈을 올려달라는 자녀가 그런 용어를 쓴 빨간 조끼, 머리띠, 어깨띠를 두르고 아빠에게 다가와서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 그런 자녀들의 말을 기쁘게 들어줄 아빠가 몇 명이나 있겠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근로자들은 모두 회사에게는 귀중한 자녀들이 아닙니까?     

(2002.3)
 

한국에 유리한 부시 대통령의 실수

단체 속의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