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압력과 부당 압력
A444 홍 병식 박사
최근에 한국에서는 이런 저런 압력이 문제화되어 있습니다. 청와대가 전 법무장관에게 대통령의 아들을 사법처리하지 말도록 압력을 가했다던가 미국이 미국 제약회사에 불이익을 가져오지 않도록 해달라는 압력편지를 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런 압력설의 진위와 경유를 조사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이 칼럼을 쓰면서 몹시 망설였습니다. 독자들로부터 미국을 옹호하고 두둔한다고 질책을 하실 분들이 계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70 평생을 소신과 신념을 굽히거나 물욕이나 인기주의에 타협하지 않고 살아 온 저는 이 칼럼도 제가 믿고 있는 그대로 소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압력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힘을 가진 측이 비교적 힘이 약한 측에게 법을 어기거나 윤리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도록 영향을 끼치려고 한다면 당연히 그런 압력은 부당압력입니다. 부정을 저질렀거나 범법자를 사법처리하지 말라고 내려지는 고위층의 권고나 암시는 분명히 부당압력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범법을 하여 재판을 받고 있는 아들을 관대히 조치해달라고 가난한 노부모가 판사나 검사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부당압력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부모는 판사나 검사에 비하여 힘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또는 자기에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는 일환으로 자국 또는 외국의 인사들에게 편지나 부탁을 하는 것은 부당압력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법을 어길 것을 종용 내지는 강요를 했다면 부당압력이 되겠습니다. 미국의 상무장관이 한국의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미국제약회사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결정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은 그가 맡고 있는 임무입니다. 한국의 외교통상부장관도 단 한 개의 한국산 상품이라도 더 외국에 팔기 위해서 외국의 관련 인사들에게 편지나 전화 또는 직접 방문을 해서 부탁 (합법적인 압력)을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며 그런 압력을 가하는 일을 꺼린다면 그 자리에 머물어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국의 상품을 파는 일 뿐만 아니라 어떤 외국일지라도 한국상품이 진출하기 어려운 입법을 추진하거나 규제를 가하려하면 가능한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서 한국에 불이익을 가져올 조치를 방지해야 하고 한국의 관리들은 그런 과업을 책임을 지고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상무장관이 한국의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편지를 여섯 번을 말고 열 번을 보냈다고 하더러도 그런 행위는 자기에게 맡겨진 임무수행에 불과합니다. 법을 어기는 행위를 해달라고 뇌물을 주었다던가 만일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앞으로 신상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을 가했다면 그것은 부당압력에 틀림이 없습니다. 앞으로 그런 조사가 국회 차원에서나 정부차원에서 있게 될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조사의 초점은 도널드 에반스 장관이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의 압력이 위법행위를 조장하는 부당압력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가려내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시의회, 주의회, 또는 연방의회 주변에는 로비스트들이 많습니다. 모두 자기의 회사, 기업분야, 또는 자기가 대표하는 단체에 유리한 입법을 하도록 아니면 자기들에게 불리한 입법을 하지 않도록 입법자들에게 부탁이나 설명을 하는 것이 로비스트들의 임무인 것입니다. 로비를 한다는 행위는 전혀 부정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외국이나 외국 기업을 위하여 로비를 하려면 국무부에 등록을 해야합니다. 등록을 한 로비스트들은 상하원의 의원들을 자주 만나서 맡은 책임에 따라 로비를 하도록 되어 있고 그런 로비 활동은 긍정적인 행위인 것입니다. 틀림없이 미국에는 한국을 위하여 로비를 하는 로비스트들이 있을 것이며 그런 로비스트들을 많이 고용하는 것이 한국을 위해서 좋을 것입니다.
미국의 제약회사를 위하여 미국의 장관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암참)이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과 함께 반미적인 감정이 또다시 고개를 든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왜 그런 사실이 반미감정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도대체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한미 약국간에 통상이나 외교문제에 있어서 어려운 문제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미국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상대방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행위입니다. 자국의 상품을 조금이라도 더 팔려고 노력을 하는 책임을 가진 통상이나 외교관리들이 합법적인 압력을 행사하도록 우리 모두가 격려를 해야할 것입니다. 끝
(2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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