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아닌 결론이 나올 겁니다
A453 홍 병식 박사
지금 뜨겁게 공장이 계속되고 있는 소위 한국의 “병풍”을 지켜보면서 한인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한심스럽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선거 때마다 불거져 나온 이 회창씨의 아들의 병역문제는 그것을 조사할 가치가 있다와 없다--조사를 했다와 안 했다--비리의 증거가 있다와 없다--조작이다 와 아니다 등등으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검찰은 검찰대로 조사를 벌리고 있고 여와 야의 정치권에서는 자기대로 이미 결론을 내고 그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온갖 설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전과자들이 들고 나온 찬과 반의 증거 테이프도 검찰에서는 판별불능이라고 하고 야당에서는 조작이라고 여당에서는 결정적인 비리증거라고 우겨대고 있습니다. 60% 이상의 한국국민은 비리가 있는 것 같다고 믿고 있다는 여론조사의 결과도 있었지만 제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명확한 결론을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이 병역비리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면 야당에서는 담당검사와 법무장관의 해임을 주장해온 논리의 연장해서 공작수사라고 항변을 할 것이고 비리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면 여당에서 레임덕 정권 하에서 줄서기 아부수사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흑백을 정확하게 가릴 수 없는 소위 병풍을 둘러 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한 운전자가 과속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정지를 당했습니다. “운전면허증을 보여주십시오.” 라고 경찰이 말했습니다. “저는 면허증을 취소 당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다섯 번이나 걸렸거든요.” 운전자는 태연스럽게 대답을 했습니다. “뭐라고요? 무면허 운전을 했군요. 그러면 차량등록증을 보여주십시오.” 경찰이 이렇게 말하자, “차량등록증도 없습니다. 저는 이 자동차를 훔쳤거든요” 운전자는 여전히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으면서 말을 계속했습니다. “아, 등록증 같은 것이 글로브 컴파트멘트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자동차 주인을 쏘아 죽인 후에 권총을 글로브 컴파트멘트에 넣으면서 차량등록증 같은 것을 보았습니다.” 질겁을 한 경찰이 한발 물러서면서 물었습니다. “뭐요, 당신이 자동차 주인을 쏘아 죽였다고요?” 그러자 운전자는 또 태연하게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말했습니다. “예, 제가 차 주인을 쏘아 죽인 후 그 시체는 트렁크 안에 넣었습니다. 지금 시체를 묻으러 가는 길에 경찰관에게 걸린 겁니다.”
경찰은 당장 무전으로 본부에 연락을 했습니다. 순식간에 경찰차가 열대정도 들어 닥쳤습니다. 경위 계급장을 단 한 경찰간부가 운전자 옆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당신의 운전 면허증을 보여주세요.” 그러자 운전자는 선뜩 자기 운전 면허증을 꺼내 주었습니다. 그 간부경찰이 자세히 보아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면허증이었습니다. 고개를 기우뚱한 경찰간부는 글로브 컴파트멘트를 열어보라고 했습니다. 운전자는 순순히 그것을 열었습니다. 그 안에 있을 줄로 알았던 권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안에는 합법적인 차량등록증도 있었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경찰간부는 운전자에게 트렁크를 열라고 명했습니다. 트렁크가 열렸습니다. 기대했던 시체는 그 안에 없었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 모습을 하면서 경찰간부는 운전자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듣기로는 당신이 무면허 운전자이고 권총을 차안에 숨겼으며 자동차는 훔쳤고 자동차 주인을 죽여서 그 시체를 트렁크에 넣었다던데 어찌된 영문입니까?” 그 말이 떨어지자 정색을 하고 운전자는 차근차근 말했습니다. “그 지독한 가짓말쟁이가 경위님께 아마도 제가 과속운전을 했다고 말했겠지요?” 라고 하더랍니다.
거짓말도 이 정도로 계획적으로 하면 판단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경찰간부는 그런 상황에서 그 운전자에게 교통위반 딱지를 발부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치밀한 계획적인 거짓말은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샌디에고에서 7살 난 여아를 유괴하여 성폭행을 하고 살해한 범인도 무죄를 주장하며 그럴 듯한 무죄 논증을 폈습니다. 배심원들의 판단을 흐려 놓았기 때문에 판결을 도출하는 데에 9일이나 걸렸습니다. 결국은 유죄 평결을 배심원들이 내렸기에 다행이었습니다. 독자들께서 아시고 계시겠지만 미국의 배심원제도하에서는 살인사건인 경우 12 명의 배심원 중에서 한사람만 동의하지 않아도 범인은 무죄판정을 받습니다. 배심원들의 동정심을 끌어내어 살인자가 무죄 평결을 받은 경우는 유명한 오 제이 심슨의 재판이었습니다.
한국에서나 어디에서나 거짓말이 공의를 해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병풍” 사건은 결국 결론 아닌 결론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끝
(2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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