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명예와 명성
Fame against personal honor
A476 홍 병식 박사
한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연예인이 되고 싶다 는 순위가 1-2위를 다툰다고 합니다. 영화배우나 TV 탤런트 또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의욕도 강하지만 연예인들에게 보내는 그들의 선망의 정도는 염려스러울 정도로 열렬한 것 같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대담출연을 위하여 한 방송국에 간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송국의 입구밖에는 3-40명 정도의 여학생들이 모여서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방송국으로 들어가다가 수위 아저씨에게 그 학생들이 뭣 때문에 거기에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 수위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방송국에 출입을 하는 연예인들을 보기 위해서 그 정도의 학생들이 하루 종일 서성거린다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해야 할 그 시간에 공부를 아랑곳하지 않고 연예인들을 보려고 방송국 밖에서 떼 지어 서성거리는 그 아이들을 방치해두고 있는 사회가 염려되었습니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심리는 이해할 만 합니다. 무대나 영상으로 연기나 노래를 함으로서 군중의 갈채를 받는 모습이 부러운 나머지 그런 연예인이 되어 그와 같은 선망과 갈채를 자기도 받고 싶은 생각이 나겠지요. 연예인이 되려는 의욕이 너무도 강하여 그런 기회만 주어진 다면 어떤 희생도 지불하려는 심리가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하여 또는 연예인으로 남기 위해서 숱한 금전과 몸까지 받힌 사례들이 최근에도 수없이 보도된바가 있었습니다.
저는 연예인이 되고 싶지만 자기의 가치관을 철저하게 지킨 감동적인 흑인 소녀의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습니다. 다음은 “미셀”이라는 한 흑인 소녀가 한 교회의 청소년 대회의 신앙간증회에서 말한 경험담입니다.
“저는 가수가 되기 위해서 무척 노력을 했고 노래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었습니다. 드디어 그 꿈이 실현될 기회가 왔습니다. 한 음반회사의 직원이 저의 집에 찾아와서 노래의 곡과 가사를 저에게 보이면서 음반제작을 제의했습니다. 저는 펄쩍 펄쩍 뛰고 싶을 만큼 좋았습니다. 드디어 가수가 되어 첫 음반을 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도 흥분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들이 갖고 온 노래의 가사를 읽어보다가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가사의 내용이 제가 유지해온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가사를 읽고 나서 제 기분은 좋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품어 온 제 꿈이 산산조각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그 가사가 지독하게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제 가치관과 신앙에 비추어 볼 때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방안에는 침묵이 흘렀습니다. 드디어 제가 용기를 내서 음반회사의 직원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부를 수 없습니다. 가사가 제 가치관에 위배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음반회사의 직원은 놀라는 기색이었습니다. 노래 한 곡쯤 불렀다고 제 가치관에 무슨 문제가 생기겠느냐는 눈치이었습니다. 너는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찌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저는 단호히 제 소신을 말했습니다. 근 20 년 동안 기다려 온 기회를 놓지는 기분 때문에 마음은 아팠습니다. 음반회사 직원이 저를 다시 설득시키려 했지만 저는 여전히 거절했습니다. 실망한 음반회사의 직원은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후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잠이 들 때까지 울었습니다.
그렇지만 옳은 기준을 지키기 위하여 용기를 냈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이틀 후에 누군가가 저의 집의 문을 두들겼습니다. 문에 나가보니 이틀 전에 저를 찾아 왔던 음반회사 직원이었습니다. 그들은 저의 가치관에 부합하도록 가사를 고쳤으니 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기쁨도 컸지만 저의 신앙의 기준을 타협하지 않고 꿈을 이룬 기쁨이 더 컸습니다. 앞으로도 음반을 만들 기회가 많을 것이지만 저는 그 때 경험한 기쁨 즉 가치관을 지키면서 꿈을 이룬 가쁨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상이 미셀의 간증이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연예뿐만 아니라 정치나 사업적인 편리를 위해서 윤리, 도덕, 신의, 양심, 및 가치관을 헌 신짝처럼 버리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봅니다. 학교에서 시험의 부정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은 풍토가 만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이 증거도 없이 의혹만 가지고 마구 성토를 하는 모습을 우리는 매일 보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우러러보는 유명인들이 좋은 귀감이 되기는커녕
방탕한 행위를 하여 성장하는 젊은 세대들을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길 잃는 배와 같은 신세로 만들고 있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메셀의 이야기가 일종의 청량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끝
(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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