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는 하루
A day without a plan

A479                                                      홍 병식 박사                                                  

        다음은 계획 없이 하루를 자내는 한 사람의 글입니다.

“나는 세차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차고로 향해서 가는 도중에 탁자 위에 쌓여 있는 우편물들을 보았다. 혹시 중요한 우편물이 있을 까봐 먼저 우편물을  점검해볼 생각이 났다. 그래서 자동차의 열쇠를 탁자 위에 놓고 쓸데없는 광고물이 너무 많아서 그런 우편물을 쓰레기통에 다 버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통에 가보니 쓰레기통이 너무 차서 쓰레기통을 비워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왕 우편함에 가까이 가려는 참이면 이 기회에 돈 보낼 곳 몇 군데에 수표를 써서 보내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수표책을 열어보니 단 한 장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수표책을 꺼내려고 책상 서랍을 열 참이었다. 책상에 가보니 마시다 만 코카콜라 통이 놓여 있었다. 그런 음료수는 컴퓨터로부터 멀리 두어야 하는 건데 어서 멀리 치우거나 좀더 차갑게 하기 위하여 냉장고에 넣어야지. 냉장고에 가는 도중에 화분이 눈에 띠었다. 그 화초에 물을 주어야 하는데... 그래서 코카콜라 통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코카콜라 통을 책상 위에 놓다가 내 안경이 눈에 띠었다. 아침 내내 그 안경을 찾았었는데 바로 이 책상 위에 있구나 하면서 안경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꽃에 물을 주기 위해서 물통에 물을 채웠다. 화분으로 가다 보니 TV 리모콘이 부엌에 있었다. 어젯밤에 그렇게도 찾던 TV 리모콘이었는데 부엌에 있는 줄도 모르고.... 오늘밤은 TV 리모콘으로 TV를 쉽게 볼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TV 리모콘을 가족의 거실에 갖다 두려고 가자가 물통이 발에 걸려 넘어졌다. 물이 온 방안에 엎질러졌다. 그런 도중에 TV 리모콘을 소파에 던져버리고 물을 닦았다. 그런 후에 현관 쪽으로 가다가 내가 뭐를 하려고 했었는지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하루가 지나갔다. 세차도 하지 못했고  돈 보낼 곳에 돈도 보내지 못했으며 화분에는 물을 주지도 못했고 수표책에는 아직도 한 장만 이 남아 있었다. 자동차 열쇠는 어디에 두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늘 하루종일 뭐를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 것도 해놓지 못했다는 생각만 날 뿐이다. 참 이상하다. 하루종일 바빴는데 왜 아무 일도 하지 못했을까?“

        이 상의 글은 좀 과장되었지만 계획 없이 매일을 지내는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좋은 풍자인 것 같습니다. 영어에 “I have run around all day like a chicken with its head cut off."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즉 ”마치 대가리가 잘린 닭처럼 정해진 방향도 없이 하루 종일 여기 저기 바쁘게 지냈다“는 표현입니다. 일정한 목표나 계획이 없이 하루를 지내면 매우 바쁘게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성취감도 보람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시간 관리의 전문가들은 적어도 세 가지의 중요한 목표를 매일 설정하라고 합니다. 너무 많은 목표를 정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노트북에 가득 찬 목표를 보면 한 가지를 실천하기도 전에 벌써 실증이 나서  그 중의 한가지를 하기조차 싫어지고 한가지를 성취해도 많은 목표에 눌려서 보람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럼으로 하루에 중요한 목표를 세 가지 정도 정해 놓고 반드시 그 목표를 실천하면 하루를 보람있게 지낸 느낌도 들고 다음 날에 실천한 새로운 목표를 짜는 것도 재미가 있다고 합니다. 바쁘기만 하고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행하는 모든 일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면 아무리 바빠도 보람을 느끼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사람은 바빠야지 너무 한가하면 빨리 노쇠하게 되고 수명도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나왔습니다. 할 일이 많다는 것은 일종의 압력입니다. 압력을 적절하게 대응하면 추진력이 되지만 압력에 마지못해 밀려 일을 하면 스트레스로 변하게 됩니다.  그런 스트레스는 심신을 고단하게 만들고 짜증이 나게 되며 주위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게 됩니다.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동작을 중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에 골몰하던 학자는 탁구를 한시간 정도 치는 것이 휴식입니다. 탁구선수들은 탁구를 치는 것을 중단하고 수학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휴식입니다. 휴식이란 정신과 마음의 집중방향을 바꾸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잠을 자는 시간 이외에는 뭔가를 합니다. 이왕 몸과 마음을 동원하여 일을 한다면 좀더 가치 있는 방향으로 집중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읽어야 할 양서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우리의 격려를 필요로 하는 불행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우리의 봉사를 요구하는 자선단체도 많습니다. 직원 한사람 한 사람의 진지한 노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기업도 많습니다. 부모의 깊은 관심과 애정을 절실히 기다리는 자녀들이 많습니다. 몇 분간의 조용한 시간을 내서 하루에 성취할 목표를 정하여 실천해 나가면 매일 매일이 보람찬 날이 될 것입니다.  끝 

(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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