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 좋은 생각 / 2005.10]

해외 입양

김 정 숙 님 / 서울 종로구 혜화동

1983년, 펜싱 체육 특기자로 프랑스에 유학보낸 15살 아들이 걱정이 되어 그 이듬해 봄에 가 보기로 결심했다. 프랑스 공항까지 입양아들을 데려다 주면 항공료를 절약할 수 있다기에 우리 부부는 6명의 입양아를 맡게 되었다. 11세, 4세, 2세, 1세, 6개월, 4개월의 어린 아이들이었다. 그중 4살 된 남자 아이는 낯을 많이 가리고 한 번 울면 잘 그치지 않으니 신경이 쓰일 거라고했다.

그러나 막상 만나 보니 그 아이는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안기며 방긋 웃기까지 했다. 담당 직원들과 위탁모는 안심했고 비행기에 탑승해 파리까지 가는 20여 시간동안 별 탈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그동안 여행 준비하느라 여러 가지 신경을 쓴 데다 처음 타는 장시간 비행이라 멀미가 나서 몸을 못가누는 게 문제였다.

파리 드골 공항. 아이들은 한 명씩 유럽 각국에서 온 양부모에게 안겨졌다. 그런데 4살짜리 아이를 양부모에게 안겨 주니 화들짝 놀라며 울기 시작했다. 달래고 얼러도 나를 더욱 팍 잡고는 "아냐- 아냐-" 하면서 도리질했다. 

아이는 한국 공항에서 만난 우리가 양부모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고, 남편도 보기가 안 되었는지 멀리 떨어져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아이의 넘어갈듯우는소리를 뒤로하고도망치듯 공항을 나왔다. 친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상처에 우리로부터 또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더해지지 않았기를···. 아들을 만나기 위한 첫 해외 나들이는 이렇게 마음 아픈 기억을 남겼다. 이제 청년이 되었을 그 아이들이 잘 컸기를, 그래서 자신의 몫을 잘해 나가고 있기를 빌어 본다. [좋은생각, 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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