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유토피아'展

문화일보  2000-10-24

인간은 왜 끊임없이 유토피아를 꿈꿀까? 뉴욕퍼블릭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유토피아:이상사회를 위한 서구세계의 추구’전이 고대로 부터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서구인들의 이상사회 꿈꾸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가 최근 보도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문헌보관소와 협동으로 기획된 이 전시회는 플라톤의 ‘공화국’에서 프랑스혁명, 미국혁명, 공산주의, 60년대와 70년대 히피운동, 90년대 동성애운동에 이르기까지 보다 나은 사회를 추구해온 서구세계의 다양한 역사를 포괄하고 있다.
'유토피아의 꿈' 한자리에

2001년 1월 27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에는 15세기 독일의 에덴동산 상상도에서 수백권의 책, 선언문, 지도, 드로잉, 사진, 인쇄물, 음악, 영화, 나치관련 물품, 르네상스 건축, 공산소련의 포스터, 1960년대 반전버튼, 록뮤직 앨범 재킷 등의 물품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꿈꾼 이상사회의 편린들을 보여주고 있다.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516년 영국의 토머스 무어경에 의해서. 무어경이 그리스어를 장난스럽게 조합해 만든 ‘유토피아’는 그러나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이면서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곳’이다. 기독교인들이 죽은 후에 가는 천국과 반대로 ‘유토피아’는 낙원이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었을 때 꿈꾸는 불가능한 장소라는 부정적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전시품들은 갈등과 혼란, 피비린내나는 전쟁에서 결과한 각종 문건과 협약 등으로 더욱 풍부해졌다.

보다 나은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유토피아적 건축 또한 이 전시회의 중요한 부분이다. 파리 중심가의 거대 주택단지를 설계한 르 코르뷔지에의 비전은 청결하고 질병이 없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코르뷔지에의 비전과 히틀러가 꿈꿨던 인종적으로 깨끗하고 완전하게 복종적인 수도로서의 도시 베를린에 대한 비전은 서로 다르지만 그 차이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적다.

이 전시회의 한 섹션은 생 시몽, 로버트 오웬, 푸리에 등 공산사회를 꿈꿨던 사상가들이 온통 차지하고 있다. 경제개혁가로 많이 알려진 푸리에는 이 전시회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유토피아적 사유를 즐긴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공상적 공동체를 꿈꾼 푸리에는 인간을 제각각 다른 810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다시 12가지의 기본 열정으로 축소 조합시켰다.

프리에가 그린 유토피아에 따르면 한 공동체에는 한 유형의 인간이 남녀각각 1인씩만 있어야 하며 1620명의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자신의 열정을 드러내는 유니폼을 입고 다른 공동체와 물품을 교환하며 산다. 끊임없는 성적 자극에 대해 푸리에는 최저임금과 유사한 개념의 최저성생활의 기준을 제시했다.

셰이커교와 몰몬교도들에 의해 행해진 종교적 실험 공동체 운동이 활발했던 19세기는 유토피아에 대한 비옥한 탐험의 시기였다. 종교적 이상사회 추구에 이어 1848년 카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발표한 ‘공산당선언’은 20세기 인류가 치렀던 최대의 유토피아 실험에 대한 전조. 이 전시회의 마지막 섹션 ‘꿈과 악몽들:20세기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극단적인 실패로 갔던 ‘유토피아 실험’들을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나치독일의 실험과 공산주의 밑에서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소련의 선전 포스터 등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참담한 실패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계속 유토피아를 꿈꾼다. 현실세계에서 유토피아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은 유토피아를 꿈꿀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전시회의 설명이다. 전시회 카탈로그 말미에 붙은 네덜란드 사회학자 프레데릭 폴락의 말은 이 전시회의 결론을 대변해준다.
“만약 서구인들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안전에 대한 갈망에서 미래세계의 이미지들을 사고하고 꿈꾸는 것을 멈추고 현실에 안주해야 한다면 서구문명은 숨을 멈춰야 할 것이다. 그는 꿈을 꾸거나 아니면 전체 서구사회와 함께 죽거나 둘 중 하나 뿐이다. 선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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