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성도들]

<이곳>과 <그곳>

오 계희 형제

    하나님 안에 계시는 형제 자매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그간 소식드리지 못한 것을 이곳 생활이 바쁜 때문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변명이 될 것이니, 저의 불충실이었다고 솔직이 말씀드리고 용서를 빌어야 옳을 것으로 느낍니다.

그 곳 편집자의 부탁을 전해 받고 몇가지 생각한 뒤에 <이곳과 그곳>이란 제목을 택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이곳과 그곳은 삶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 하여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이 믿거나 생각하기를 세상의 어느 곳은 편한 곳이고 어느 곳은 그렇지 않을 곳이라고 할테지만 실제 그런 것인가를 다음의 몇가지 경험을 예로 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애씀은 <그곳>에만 있는가 ?

나날이 닥아오는 자기의 처신할 바를 위하여 어떤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오랜 궁리의 시간을 지내야 하는 경험. 책임진 사람을 대하기나 어느 사람을 대함에 있어 예의와 조심된 태도로 걱정을 하여서 이루어졌던 때도 있고 실망한 때도  있었던 경험.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데 이미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어서 늦은  자기로서는 방해하고 싶은 그런 때 갈등을 억제해 가며 자기를 누르고 예의있는 태도로 임하여야 하는 경험. 어떤 목적을 생했을 때 거기에는 여러가지 요구 조건과 경쟁 상대가 있어서 그것을 이룰 수 없을 때. 조급함과 안타까움을 억제하고 오랜동안 목적을 마음에서 잃지 않고 실망을 느끼면서도 참고 준비하여 가까이 갈 수 있기들 바라는 불안의 경험이 있다면 애씀은 <이곳>에도 있는가 싶음니다.

<어느 곳이나 다 낙원은 아니오>

제가 이곳의 어느 교수에게서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그 말씀이 특별히 교훈적이었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만 그것이 저와 같은 처지에 있게 된 사람 즉, 의례히 <이곳>이라면 모든 것이 쉬우리라고 생각하고 이곳에 온 저 같은 사람에게 들려졌기 때문에 생각해 볼만한 말씀이 된 것같습니다.  <어느 곳이나 다 낙원은 아니오···>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 감각이 예민했던 탓이었는지 지나처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모릅니다만, 그러나그분의 말씀은 이땅에 있는 동안 마음가짐에 향상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인 것으로 받아 들여서 생각하였습니다.

그 분의 헝크러진 머리칼, 그 밑으로 주름잡힌 탄탄한 이마, 피로한듯한 모습 그러나 섬광의 눈, 그런 분은 꼭 무엇과 줄기차게 싸워 온 것 같은 인상을 받게 하는 것이어서 말씀이 그렇게 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극복해야 할 어려운 일들은 이곳에도 언제나 누구에게나 있는가 싶습니다.

근면성과 협조성의 밑바닥

이곳 사람들을 근면하고, 정직하고, 협조적이고, <발달한 문화>를 이룬 미덕을 가진 사람들인 것같이 말합니다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렇다고 하여도 좋겠지요. 이곳 사람들이라고 그러한 미덕을 발할 능력이 특별히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혹은 이곳에 있다고 그러한 미덕이 저절로 발해질 수 있게 되는 것인지요?

이곳에서 강의 하시는 분 종에 소아마비로 어릴적부터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분이 있습니다. 인자와 실력을 겸비한 분이어서 늘 고개가 숙여지는 분입니다. 그 분은 자주 숙제를 내는 분으로서 숙제를 받을 때에는 字句까지 일일이 고쳐서 엄격할 정도로 평하고 끝에는 친절한 지시를 해주어서 언제 그만한 시간을 가지고 검정하셨는가 하는 것에 매번 놀라곤 하는 분입니다. 더욱이 늙으신 불구의 몸에 그 분이 쏟는 노럭은 상상하기 힘든가 싶습니다. 그런데  그 부인의 말씀 "그 분은 아직도 투지력이 대단합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근면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노동력 같은 것으로, 보다 생활의 전반을 통하여 작용하는 <꾸준한 힘>으로 해석한다면, 그 밑에 받침하는 힘 즉, 노력이나 투지력이 더 중요한 관찰의 대상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곳> 사람에게 그런 노력과 투지력이 더 많이 주어진 것이고 <그곳>사람에겐, 적게 주어진 것일까요 ?

B.Y.U.의 질서

누구든지 이곳 B.Y.U.의 캠퍼스를 지나는 사람이면 가장 잘 정돈된 질서속에 품행 바른 학생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합니다. B.Y.U.가 몰몬교리의 큰 이상과 규율위에 서있기 때문에 그러한 향취를 풍긴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이같은 캠퍼스내의 질서와 또한 학생들의 바른 품행 그리고 남다른 향학열을 위해서 애쓰는 교회 당국과 학교 지도자들의 관심은  그 어느 것에 비하여 심각한 것이라고 합니다. 말일의 복음의 이상을 어떻게 학문의 입장에서 구현시키느냐 하는 깊은 연구와 토의가 계속된다고 합니다. 매일과 같이 교수회와 학측회의가 소집되고 혹 그중에 없지않을 열등학생을 선도하기 위한 교수와 학생대표의 회의가 열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가장 질서있는 B. Y.U.의 캠퍼스도 이같은 교회 당국과 학교 책임자들의 고심과 刻苦의 심려로 유지되는 예를 봅니다. 그분들의 노력이 그만하기에 오늘의 훌륭한 B.Y.U. 가 있고 지금도 미국내의 어느 대학에도 지지않는 학교의 기풍과 종교적인 신앙과 높은 학문의 수준을 위하여 쉬지않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이곳>과 <그곳>

<이곳>과 <그곳>을 비교하여 보면 차이나는 것을 발견합니다만, 애를 써야 살 수 있다는 근본은 다름이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희노애락이 이 곳에 있듯이 맞부딪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곳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싶습니 다.

우리 개개인의 성장도, 우리 교회의 성장도 다같이 애써 사는 가운데 이루어 지는 것은 <이곳>이나 <그곳>이나 같은 것으로 느껴진다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월을 줄이면서

Oh, Ke Hi
458 E. 60O N.
Provo, Utah, 84601   [성도의 벗(리아호나), 19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