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나도 케네디처럼 … `

[중앙일보] 2007.12.8


`종교와 대통령 직은 상관없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모르몬교 거부감에 반격

미국 공화당의 대선 주자로 모르몬교 신자인 미트 롬니(사진)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6일 종교와 정치에 대한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그동안 그는 자신의 신앙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길 꺼렸다. 그러나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롬니 기피 기류가 퍼지고, 그들이 침례교 목사 출신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집단적으로 밀기 시작하자 전략을 바꿨다.

그의 연설은 가톨릭 신자였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1960년 대선 때 한 연설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케네디는 개신교 신자들이 자신의 종교를 문제 삼자 "나는 대통령 후보로 나선 미국인이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가톨릭 신자가 아니다"는 연설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고, 그게 통했다.

롬니는 이날 '미국에서의 신앙'이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케네디가 연설했던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텍사스 칼리지스테이션의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도서관에서 종교와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여러분 앞에서 확언할 수 있는 것은 나의 교회나 다른 어떤 교회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는 하나의 종교나 하나의 집단, 그리고 하나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직 국민을 위한 대의에 충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케네디를 거론하면서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미국인"이라며 "신앙 때문에 거부당하고, 대통령에 선출되지 못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복음주의자를 의식한 듯 "나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고 인간의 구세주였음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모르몬교를 믿고 있으며 이 믿음에 의거해 생활하려 노력해 왔다"고 분명히 말해 선거 때문에 신앙을 버리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그리스도에 대한 내 교회의 믿음이 다른 신앙과 꼭 같지는 않다"며 "각각의 종교는 독특한 교리와 철학을 가지고 있는 만큼 종교적 관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롬니의 연설이 복음주의자들 사이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롬니는 5일 공화당 후보들을 대상으로 라스무센이 실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함께 공동 3위(13%)를 기록했다. 허커비와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게 뒤지고 있는 것이다.

롬니는 그간 아이오와.뉴햄프셔.미시간.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초기 경선지역에서 잇따라 승리하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구상 아래 이들 지역에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내년 1월 3일 코커스(당원대회) 형식으로 경선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아이오와에서부터 복병을 만났다. 롬니는 이곳에서 허커비에게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이곳에서 투표할 당원 중 복음주의자의 비중이 40%나 되는 게 문제다. 롬니의 연설이 복음주의자들에게 먹힌다면 모르나 그러지 못할 경우 롬니는 아이오와와는 성향이 다른 뉴햄프셔, 아버지가 주지사를 지낸 미시간 등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

◆모르몬교=1830년 미국 뉴욕주 맨체스터에서 조셉 스미스가 창건한 교회. 스미스가 천사의 인도로 집 근처 산에서 발견한 금판의 내용을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번역한 모르몬경(經) 등을 기본 경전으로 삼는다. 한국에서는 '말일성도교회'라 불렀으나 2005년부터 '후기성도교회'라 부른다. 현재 미국 내에 600여만 명, 미국 외에 700여만 명의 신도가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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