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제 골
-육군 제대기념 자작시-
[ Ⅰ ]
억만년 영겁의 범주에 묻혀
태동하는 순간을
붙들고 달음질하는
억척기개세의 장자
그 젊음이 있어라.
[ Ⅱ ]
국도 386,
태백준령 지맥이 내리 내리다
들어올린 곳,
팔굽이를 거슬러 올라
내려앉은 단애를 휘어잡고
고산준령,
심산유곡을 뭉게펴는
사내들의 숨결,
그 함성,
지축을 진동 시켜라
'소양"을 움켜쥐어라.
고지에서 고지를
뛰어라
그리고 담대히 북을 주물러라.
바라보는 눈, 눈, 눈
.. . . .
그 얼마나
많은 젊은 호랑이,
그 호성(虎聲),
잉태하고 토해내고
태의 움직임이 요란했더냐.
"가아' 계곡,
태고의 때묻은 이끼무리
자갈길 대지를 구르는
M-602의 진동소리
놀라고,
긴장하고
초조하고 다시금 ....
대견스런 모습들을 보면서
생을 누리고
구릿빛 홍안에 사기충천한
억척 머슴아들,
순진함 속에 불굴의
기상과 인고의 끈기가
서려서려 있나니
조국아,
그들을
품어라, 안아라, 보내라.
"연애골" 올라올라
도토리, 억새풀
사이로
질주하는 다람쥐의 행렬이
분수령을 끌어내고
"원통"길
가는 길에 개선가 들려오니
"인제골' 가는 길에 현수막을 둘렀다.
"축 전입!"
"축 전역!"
1개 성상, 2개 성상, 3개 성상
'광치령' 10부능선을 넘나들고
구보로 다진 하나님
피조물의 주춧돌
영생무궁 삶의 발판이어라.
[
Ⅲ ]
'인제성(麟蹄城)' 분지
오백년 연륜 속에 피어난
느티고목
제민(蹄民)의 희로애락이 묻혀 있어
밑에서 울리던
서민애환
'내린천'에 씻겨 내려
북한강 넘고 넘어
태평양
육안에 그 흔적을 묻으리.
장수터 지난 물, 한계령나린 물아
합강정에
머물러 둥우리 잡아매니
전흔(戰痕)에 서린 역사
인제골을
노래하네
뿌리나니 '리빙스턴교',
거두나니 '인제대교'
기백 어린 '합강나루'
후방소식 실어올제
세세면면 동란비운(動亂悲運)
충혼탑에 어려있네.
"차평"에 뿌린 신념
"음지촌"에
싹터오른다.
"한양동" 나룻배에 바치는 노래
"어허라,
강원산천, 세월의 무상함이여!"
잡아끄는 노사공 이마엔
푸른 제복의 그림자.. .. .
고려책사, 거북등걸,
도원궁전 속에
흙냄새 닦아내며
하늘 신도(信徒) 깡다구라
피가 끓는다.
'인제향교'뜰에 공자유감(孔子遺憾) 넘쳐나니
노인정에 배인 뚝배기
하소연
영원한 안식처를 찾는가.
젊음이 타다 남은 찌꺼기
돼지 집에서 삼켜 버리고
<만화>가게선 동심의 고향을 판매한다.
[ Ⅳ ]
고즈넉한 940 허리
'천곡사' 용마루 노송잎새
'백련정사' 울타리 빼빼마른 담쟁이 덩굴
침묵이 익어 뚝뚝 떨어지고
유정세월 세고 있는 비호방카
땀에 얼룩진 무늬,
쾌남아들
영혼의 그림자
하늘 천장에 화선지를 폈다.
깔고, 펴고, 문지르고,
그려야지
칠해야지.
순이가 넘어 올 때 웃었고
돌이가 넘어 갈 때
웃었다.
기뻐서,
감개무량해서
"신남'벌판을 달리는
'군축교'의 응어리진 넋두리에
빨갛게 익어
버린
'금강"의
철상자.
끝내 마지막 길을 터주지 않는 건
상승 '쌍호'를 기리는
조국 대한의 애낌에서라.
[ Ⅴ ]
367 봉우리,
열 일곱 보금자리,
AGP에 뻗어
내린 북극성의 팔뚝,
현장에서 쇠뭉치 잡던 시절,
걸음마로
얼룩진 TEAM SPIRIT '78
야행길 구십리에,
통쾌하게 웃어버린
'노루목고개'
젊음의 움직임이
이렇듯 장엄하고나!
통일을
성취하는 그 날,
"인제성 분지"
그 희열의 만세소리
백두천지에
출렁이리,
넘쳐나리.
♣1979. 1. 10 ♣
제대기념 자작시
병장 박복주
* 해설:
점백이(박복주)는 1976.7월에 육군에
입대하여,
강원도 양구, 인제에서 근무하였으며,
1979. 2월에
제대하였음.
시(詩)에 등장하는 여러 지명(地名)들은
수 많은
2사단 쌍호부대원들의 땀과 젊음과
기백들이 베어 있는 장소임.
연대전투단 훈련(RCT) (뒤는 김년수
상병) 
내무반 동료들과 - 인제 한강지류 합강 -우리 전우들의 빨래터 겸 놀이터 겸 목욕탕(?)
인제 읍내와 부대를 이어주는 합강 나루터를 건너면서 - 1일 사공이 되어
17연대 내무반에서 망중한을 달래며 - 서울의 애인(현재의
아내)을 생각하며
'긴머리 소녀'와 '짝사랑'을 부르고 있다.
제대 기념으로 화가 전우가 그려준 자화상
외촐시 설악산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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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스톤교(선배 잔우 작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