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다녀와서(4)

이정면 (유타대학교 지리학 교수)

4.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장래

중국 동북부지방 길림성 연변(延邊)에 살고있는 조선족의 현저한 공헌이라면 뭐니 뭐니해도 그들이 만주 연변개척의 주인공이며, 조선독립을 위한 독립투쟁의 기지(基地)로서의 피눈물 젖어있는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나아가 연변에 살고있는 조선족들은 대부분이 조선독립 투사들의 후예가 아니면 그들과의 관계자라는 긍지를 가지고 있다.

제2차 대전이후만 해도 흔히들 말하기를 재만(在滿) 교포가 200만에 이르러서 중국의 주체민족으로서의 무게있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조선족들은 어떠한 역경에서도 지치지 않고 조선족이란 기백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 왔던 것이다.

만주 이주자들은 허다한 곤란과 싸우면서 굳건히 일어서 수천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의 얼이 깃들여 있는 만주벌판에서 미작(米作) 개발과 과수원 경영 등에 뛰어난 솜씨를 보임으로서 개개인의 능력은 물론이고 조선족의 생활권을 확립하였다. 이리하여 1949년 중국의 새로운 혁명정부 수립과 더불어 연변조선족 자치주로서 승격되었다. 필자는 연변자치주에서 모은 현지조사 자료를 토대로 연변 자치주 조선족의 장래에 대해서 간단히 적어 보려고 한다.

오늘날 연변 조선족은 중국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구축과정에서 여러가지 방면에서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문제중의 하나가 조선족 인구의 감소현상을 들 수 있다. 연변주 8개 시, 현(縣)의 인구가 최근 들어 양적으로 감소되었을 뿐 아니라 자연증가율에서도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어서 21세기 말, 연변의 조선족 인구는 19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 조례(條例) 제1장 제2조에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는 길림성 관할 구역내의 조선족 인민이 구역 자치를 실행하는 것이다." 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조선족 인구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연변조선족 자치주로서의 장래에 대한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1996년말 全 州 총인구수는 218.5만명으로 전년말에 비해 0.9만명이 증가되었다. 그러나 그중 조선족 인구는 85.5만명으로 全 州 인구총수의 39.13%를 차지해서 그 전년말에 비해 0.48만명이 감소되었다. 全 州 조선족 출생수는 1991년 말의 0.96만명으로부터 1996년말의 0.43만명으로 감소되었으며 출생율은 1991년의 11.3%로부터 1996년의 5.06%로 강하(降下)되었다. 자연증가율은 1991년의 4.92%로부터 1996년에는 1.07%로 오히려 감소되었다. 1996년 全 州 조선족 사망률은 6.13%이고 한족은 4.75%로서 조선족이 한족(漢族)보다 1.38% 높았다.

자치주 성립이래 처음으로 조선족 인구감소가 나타났다. 1996년 조선족 인구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용정(龍井), 화룡(和龍) 그리고 도문(圖們) 3개 시의 조선족 인구증가율은 각각 0.25%, 2.5%, 7%이었다. 조선족 부부가 '아이'하나만 낳으려는 추세로 예측해 보면 2050년에 가면 조선족 인구는 50만1,397명으로 감소되고 2090년에 이르러서는 19만422명으로 감소되게 된다. 만약 일부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까지 감안한다면 그 하강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와 같은 조사에 의하면 全 州 도시 진(鎭)과 농촌의 조선족 인구는 숫자상에서 절대적으로 해마다 감소되었을 뿐 아니라 자연증가율도 폭넓게 하강(下降)되어 감소현상을 초래했었다.

조선족 인구의 감소에 따라 조선민족의 독특한 민족심리, 민족문화, 민족교육 및 연변주 사회주의 정신문명 건설에 불가결인 인문기초가 필연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어쨌든 간에 오늘날 엄연한 사실은 연변지구는 조선족 집거지(集居地)로부터 점차 산거지구(散居地區)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족 인구감소의 중요원인을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과학기술, 체제전환 그리고 사상, 도덕 등 여러가지 요소가 작용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1970년 이후 연변주 산아제한 계획이 도입되어 착실하게 진척되었다. 조선족 지도자층과 일반 시민들은 첫째로 인구정책개혁의 모범적인 역할을 했었다. 全 州 산아제한은 1983년의 91.4%에서 1996년에는 99.29% 그리고 만혼율(晩婚率)은 1991년 63.74%로부터 1996년에는 80.72%였으며, 한 자녀 출산비율은 1991년에 86.20%로부터 1996년에는 93.75%로 제고(提高)되었다.

둘째, 농촌인구의 도시진출의 추세가 현저했다는 것이다. 성향(省鄕)의 농민 수입, 성장의 격차가 커져서 대다수 농촌 청년 노동력이 도시로 흘러들고 있다. 여기에는 역사적, 지리적 요소이외에도 일부 정책면인 요소도 내포되어있다. 도시든 농촌이든 한쌍 부부가 아이 하나만 낳아 기르고 중, 고, 대학까지 졸업시키자면 상당히 큰 부담이 되기에 가족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녀 부양 여부가 연변 조선족 부부의 생활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본질적인 전제조건으로 되고 있다. 이래서 젊은이들이 농촌에서부터 도시로의 유입은 불가피한 것이다.

셋째, 노무송출(勞務送出)과 국외결혼의 상승을 들 수 있다. 선진국가, 신흥국가들의 높은 노임, 수입증대의 자극으로 연변조선족이 대량 노무송출 되었고 아울러 국외혼인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남한에 집중되었고 다음으로는 일본, 미국 지역 등으로 미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족 여성이 한국에 시집간 것이 1993년의 1,463명에서 1996년말에는 1만명으로 증가했다. 그중 연변주 조선족 여성은 1944년의 1천명으로부터 1996년에는 2,467명, 1997년 상반년에는 974명에 달했다. 이들의 연령구조를 보면 20세-29세가 대다수이고 30세-40세 여성도 있었다. 한국은 국내 농촌과 低수입지역의 노총각 체증 위기를 연변에 전가시켰다고 보고 있다. 많은 적령기의 여성들이 한국에 시집갔기에 연변주는 해마다 2천여명의 적령(適齡) 여성이 떠나버려 남녀 비율의 실조(失調)가 나타나고 있다.

넷째, 중국의 개혁개방이 가일층 심도있게 진척되고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체제가 점차 확립됨에 따라 다자다복(多子多福), 후대 잇기 등 전통적인 관념이 무너지고 새로운 가치관이 머리를 들고 있다. 젊은 부부들은 의식적으로 생육(生育) 때문에 개인사업 발전을 희생하려하지 않으려 한다. 더욱 높은 차원의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향수를 추구하며 자유롭고 편안하고 안이함을 바란다. 동시에 선진적인 피임법, 신뢰할 수 있는 피임도구, 약품, 유산기술 등은 생육을 늦추려는 부부에게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생활면이 달라짐에 따라 갈수록 더욱 많은 젊은 부부들이 만육(晩育)을 선택하고 있다. 즉 두 사람만의 세계를 지속하려고 한다. 연변주 내의 만혼율은 1991년의 76.81%로부터 1996년은 81.39%를 보이고 있다.

다섯째, 전통적 조선족 교육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연변주 교육사업은 눈부시게 발달하여 州 전체가 유아교육으로부터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완비(完備)된 교육체계를 이루고 있다. 교육이 잘 발달하고 문화가 선진적인데 비해 다른 한편의 농촌교육은 위축되고 조선족의 전통적 교육이 벅찬 시련을 겪고 있다. 농촌 특히 변두리 향촌(鄕村)의 조선족 인구가 외지(外地)로 흘러가는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인구출생율이 낮고 학생 원천(源泉)이 적은 등의 원인으로 현, 향, 촌에 학교를 설립하던 전통적 설립방식을 바꾸어 다양한 형식의 연합학교, 집중적 학생모집을 취하고 있어 근래(近來) 학교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용정시(龍井市)의 1996년말 통계에 따르면 전시 178개 촌민위원회 가운데 촌급(村級) 학교가 52개에 지나지 않는다. 한 예로서 백금향 중학교는 학생이 36명뿐인데 교원(敎員)은 16명이다. 화룡시 숭선진의 통계에 따르면 1995년 이 진(鎭) 조선족 출생수는 17명, 1996년에는 7명뿐이었다. 그들의 예측에 따르면 2003년에 이르면 원봉촌 소학교 학생 원천(源泉)은 8명일 것이라고 한다. 조선족 인구의 감소로 전통적인 학교분포가 달라져 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조선족 농촌가정의 정신, 생활 부담이 가중(加重)돼 가고 있다. 이와 같은 조건하에서 연변 조선족은 반드시 훌륭한 인문환경을 대대적으로 조성하여 21세기를 맞이하기 위한 조선족의 우수한 인재를 적극 육성 개발해야하며 수수방관하거나 방임(放任)하지 말고 쉼없이 배육(培育) 발전시켜 일정한 비례의 조선족 인구구성과 경제구조, 생산부문에의 배치가 합리적으로 발전할 기저(基底)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왕년(往年)에 소련은 조선족에 대한 의혹적인 박해정책으로 1935-1937년 사이에 조선족을 무조건 일본간첩 정보원으로 간주하여 당시 극동 국경지역에서 거주하던 조선족을 중앙아시아로 유태인과 같이 강제이주분산이라는 비인도적인 수단을 택했던 것이다.

중국에서도 해방전에는 소수민족에 관한 것은 차별적이었다. 특히 한족(漢族) 지도자층의 민족정책은 심했고 지배자에 의한 압박 특히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그 차별은 극심했다. 그러나 1949년 10월에 新중국 수립으로 소수민족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민족구역자치(民族區域自治)가 실시된 것이다. 즉 소수민족 집거(集居)지역에 대한 민족을 중심으로 지역적 자치를 행한 것이고 지역의 대소에 따라 지치구, 지치주, 자치현 등으로 분류했다. 자치주의 목적은 배타적(排他的)이 아니고 여러 민족이 단결하여 사회주의 건설을 추진하는데 있으며 여러 소민족(小民族)이 경제적, 문화적으로 급속히 근본적인 변화와 발전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급속도로 변화해 가고 있으며 인간의 우주여행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시대에 -TIBET를 제외하고- 소수민족을 배척할 수 없다고 본다. 요컨대 중국이 한(漢) 아닌 여러 민족에 대해서 폐쇄적이고 그릇된 정책을 밀고 나가지 않는 한, 그리고 연변 조선족의 민족정신의 강화로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 한, 중국내의 소수민족의 앞날에 대해서 강제적이고 비합리적인 수단에 의한 통합이나 학대, 추방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최근 조선족 자치주가 중국내 여러 자치주 가운데서 모범적인 자치주라고 칭찬한 江澤民 주석(主席)의 휘호나 연변 조선족 자치주 건설에 대해서 흡족히 여기고 가일층 격려한 鄧小平씨의 휘호 등은 분명히 연변 조선족에 대한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머나먼 장래를 내다 볼 때 과거 중국의 역사-청나라가 중국 정복후 수백년을 겪는 동안에 마침내 중국에 융화해 버린 것-를 응시할 때 중국의 소수민족은 언젠가 동화(同化)되어 버릴 운명에 놓여 있다고 보면 그것은 너무나 지나친 속단(速斷)이라고 할까?

謝 辭

本人을 延邊大學校로 초청해 주신 朴文一 총장님 그리고 中朝日개발사연구소장 金龜春 교수님께 끝없는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다녀온 踏査記를 정리하는데 있어 玄圭煥(1967) 韓國流移民史(上), 연변대학 편찬(1989) 民族鬪爭史(3), 연변방송국 李興國(1988) 연변아리랑 등의 저서와 연변대학교 지리과 교수님들이 제공해 주신 연구논문 그리고 延邊日報 등에 실린 記事 등 여러 자료에 크게 힘입었다는 것을 밝히며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되 돌아가기

All Contents Copyright by 1999-2006
For questions and comments, send e-mail to pcway@hanafos.com
http://www.ldskorea.net
TEL: 010-4236-9900 / 031-726-9900 / FAX: 031-726-9966